"FC바르셀로나 경기는 꼭 보고와!!" 바르셀로나 한 달 살기 계획을 전할 때 주변의 남사친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만난 유학생 K군이 FC바르셀로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50만 원의 거금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을 때도 난 그저 그를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축구경기 하나에 그 큰돈이라니.
10여 년 전 붉은 티를 입고 거리에 쏟아져 나와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외치던 시절 이후 축구 경기에 거의 관심을 끊고 지내왔기에, 축구는 나의 바르셀로나 To-Do 리스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터였다.
그런데... 마침 FC바르셀로나가 1932년 이후 처음으로 기념비적인 무패 행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마침 그 무패 행진의 고비가 될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고? 호날두와 메시의 빅매치를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냐고?? 엘 클라시코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무패'와 '메시'와 '호날두'라는 말들에 홀려 마침내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숙명적인 라이벌전을 직관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셜 에디션'인 데다 '한정판' 이라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설로 남을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게 되리라.
캄프 누 경기장을 찾아가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맘 편히 유니폼 입은 무리들을 따라가면 된다.
거대한 종교집단의 삼장 속으로 들어온 기본이 들었다. 숭배에 가까운 응원과 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무조건적인 야유. 한일전의 열기 못지않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의 축구리그 '라 리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 카탈루냐 인들에게는 좀 더 각별한 의미인 듯했다. 스포츠는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 없게 만드는 3S 중 하나라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또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 주민들에게 FC바르셀로나는 중앙집권적인 스페인에 대한 저항과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상징하며 독립에 대한 의지와 결속을 다시는 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FC바르셀로나는 어느 개인에 속한 구단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참여와 후원을 통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구단의 주인이 카탈루냐의 주민들이니 그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경기의 결과는 아쉽게도 2-2 무승부였다.
전반에 로베르토가 퇴장을 당하며 한 명이 적은 상태로 경기를 진행해야 했지만 다행히도 무패 행진은 지켜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날 만났던 바르셀로나 현지인은 경기 결과를 두고 그들 사이에 떠도는 루머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두 도시 사이의 반감이 너무 심해져서 경기 결과를 일부러 동점으로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어느 한쪽에서 패배할 경우 그로 인한 갈등의 심화와 분노, 최악의 경우 폭동사태의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역시 이곳에서 축구는, 특히 엘 클라시코는 단순한 축구 매치가 아니다.
축알못을 위한 FC바르셀로나 직관 예매 팁
1. 당장은 원하는 가격, 원하는 위치에 티켓이 없더라도 계속 새로 나오니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이중 결제하지 말 것. FC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결제한 티켓은 절대 환불되지 않는다는 사실!
2. 캄프 누 경기장은 10만 좌석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축구 경기장이라고 한다.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고자 하거나 뻥 뚫린 시야를 원할 경우 높은 좌석이 유리하겠지만, 선수들을 육안으로 구분해 가며 관람하고 싶다면 1층이 유리하다. 1층 뒷 좌석은 천장이 있어 하늘을 가리긴 하지만 경기 자체를 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비가 내려도 비를 맞지 않는다는 장점이 더해진다. 내가 앉은 좌석은 1층 가장 뒷좌석이었는데 뒷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일어서거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좀 더 좋은 위치로 가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미리 내 자리로 가서 좌석에 놓인 응원 깃발을 꼭 챙기자. 빈자리를 다니며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깃발들을 가져가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