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기 Jul 29. 2019

깃발을 휘날리며 - 엘 클라시코

축알못을 위한 FC바르셀로나 직관 예매 팁!  


"FC바르셀로나 경기는 꼭 보고와!!"
바르셀로나 한 달 살기 계획을 전할 때 주변의 남사친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만난 유학생  K군이 FC바르셀로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50만 원의 거금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을 때도 난 그저 그를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축구경기 하나에 그 큰돈이라니.


10여 년 전 붉은 티를 입고 거리에 쏟아져 나와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외치던 시절 이후 축구 경기에 거의 관심을 끊고 지내왔기에, 축구는 나의 바르셀로나 To-Do 리스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터였다.

그런데...
마침 FC바르셀로나가 1932년 이후 처음으로 기념비적인 무패 행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마침 그 무패 행진의 고비가 될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고? 호날두와 메시의 빅매치를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냐고?? 엘 클라시코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무패'와 '메시'와 '호날두'라는 말들에 홀려 마침내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숙명적인 라이벌전을 직관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셜 에디션'인 데다 '한정판' 이라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설로 남을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게 되리라.



캄프 누 경기장을 찾아가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맘 편히 유니폼 입은 무리들을 따라가면 된다.



엘 클라시코답게 응원의 열기는 뜨거웠다. 일사불란하게 휘날리는 깃발과 챔피언을 외치는 플래카드들을 보라.



거대한 종교집단의 삼장 속으로 들어온 기본이 들었다. 숭배에 가까운 응원과 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무조건적인 야유. 한일전의 열기 못지않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의 축구리그 '라 리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 카탈루냐 인들에게는 좀 더 각별한 의미인 듯했다. 스포츠는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 없게 만드는 3S 중 하나라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또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 주민들에게 FC바르셀로나는 중앙집권적인 스페인에 대한 저항과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상징하며 독립에 대한 의지와 결속을 다시는 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FC바르셀로나는 어느 개인에 속한 구단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참여와 후원을 통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구단의 주인이 카탈루냐의 주민들이니 그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경기의 결과는 아쉽게도 2-2 무승부였다.

전반에 로베르토가 퇴장을 당하며 한 명이 적은 상태로 경기를 진행해야 했지만 다행히도 무패 행진은 지켜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날 만났던 바르셀로나 현지인은 경기 결과를 두고 그들 사이에 떠도는 루머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두 도시 사이의 반감이 너무 심해져서 경기 결과를 일부러 동점으로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어느 한쪽에서 패배할 경우 그로 인한 갈등의 심화와 분노, 최악의 경우 폭동사태의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역시 이곳에서 축구는, 특히 엘 클라시코는 단순한 축구 매치가 아니다.




축알못을 위한 FC바르셀로나 직관 예매 팁


1. 당장은 원하는 가격, 원하는 위치에 티켓이 없더라도 계속 새로 나오니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이중 결제하지 말 것. FC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결제한 티켓은 절대 환불되지 않는다는 사실!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2. 캄프 누 경기장은 10만 좌석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축구 경기장이라고 한다.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고자 하거나 뻥 뚫린 시야를 원할 경우 높은 좌석이 유리하겠지만, 선수들을 육안으로 구분해 가며 관람하고 싶다면 1층이 유리하다. 1층 뒷 좌석은 천장이 있어 하늘을 가리긴 하지만 경기 자체를 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비가 내려도 비를 맞지 않는다는 장점이 더해진다.
내가 앉은 좌석은 1층 가장 뒷좌석이었는데 뒷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일어서거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좀 더 좋은 위치로 가서 인증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미리 내 자리로 가서 좌석에 놓인 응원 깃발을 꼭 챙기자. 빈자리를 다니며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깃발들을 가져가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4. 직관 전 응원가를 들어놓고 가면 함께 응원의 열기에 동참하는데 도움이 된다.

유튜브 FC 바르셀로나 응원가 영상 보기




*2018년 5월 바르셀로나에 머물며 쓴 글을 이제 포스팅 한한다. 호날두는 2018년 7월에 유벤투스 FC로 이적했기 때문에 이제 메시와 호날두의 매치를 보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엘 보른 골목 탐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