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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기 Jul 31. 2019

기다림의 즐거움, 벙커Bunkers del Carmel

대중교통으로 벙커 가기 Tip


스페인에서는 기다림을 익히게 된다.

식당에서는 직원들의 움직임을 쫓아가며 눈빛이 마주치길 기다린다. 직원들을 불러 젖히는 건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선 눈치껏 빠르게 식사를 하고 자리를 비워줄 필요도 없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서둘러 고객님의 부름에 달려갈 의무도 강요받지 않는다.

공항의 입국 심사장이든 상점의 계산대에서든 안내 데스크에서든 빨리빨리는 통하지 않는다. 입국 심사장에서는 옆에 앉은 동료 직원과 담소를 나누느라 심사 속도가 늦어지기도 하고, 마트에서는 점원과 손님이 정겨운 대화를 이어가는 틈에 긴 줄이 생기기도 한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 느긋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턱턱 막힌다. 후딱후딱 해주면 좋을 텐데.

아직 기다림은 익숙하지도 달갑지도 않다.



몇 시간의 기다림을, 오늘 벙커에서만은 기꺼이 즐길 수 있었다.

천천히 내려오는 어두움을 기다리는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80년대 생을 꼰대라고 표현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어린 배낭여행객들의 대화가 들려오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다. 나 역시 반항심과 패기가 가득하던 20대를 거쳐왔고,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어린 청년들의 치기 어린 모습을 보더라도 씩- 웃어넘길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나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좀 더 너그러울 수 있는 30대의 나,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렇게 기다림에도 너그러워지는 법도 배우고 있다.  

  


탁 트인 벙커의 신선한 공기에는 온통 즐거움이 가득하다.

도시 너머의 바다가 점점 더 희미해지는 만큼 불빛의 바다가 영롱하게 타오르고 있다.



벙커 가기 TIP 


1. 카탈루냐 광장에서 24번 버스 타기. 공항버스 타는 곳 바로 뒤쪽에 정류장이 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 근처라면 V17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종점에서 내려서 산 쪽으로 난 넓은 오르막길을 따라 걷자.)
2. Ctra del Carmel - Muhlberg 정류장에서 내려서 정면에 보이는 식당 Bar Restaurant Delicias 옆으로 난 오르막 길로 올라가기


3.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가서 좋은 자리 앉기
4.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을 즐기기.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5, 차가운 돌바닥이 싫다면 깔고 앉을 수 있는 것과 찬 밤바람에 대비한 따뜻한 옷 챙기기
6. 내려올 때는 V17버스를 타는 방향인 넓은 길로 내려오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쪽으로 내려가니 사람들을 따라가자. 반대방향으로 내려갈 경우 어두울 때는 가로등이 없어서 위험할 수 있다.
7. 현지인에 의하면 벙커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벙커를 관리하고 입장료 부과하는 방안이 얘기되고 있다고 하니 아직 무료일 때 꼭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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