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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기 Jul 17. 2019

바르셀로나 풍경 익히기

바르셀로나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에서 아침을 맞이한 첫날, 아직 비행의 피곤이 남아있는 데다 날씨도 좋지 않아 여행지 아드레날린이 온데간데없이 잠잠하다. 오늘은 나의 동네가 될 고딕지구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일과로 삼기로 한다.

5월 1일 노동절은 국경일로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서, 평소보다 더 조용한 거리를 느낄 수 있는 날이다. 미로 같은 고딕지구의 골목골목에는 저마다의 보물들이 숨겨져 있다. 이 곳에 서있는 건물과 길에 박힌 벽돌, 나무 하나하나에 그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들, 숨겨진 보석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역사적으로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전체와 구별된 민족과 정체성을 갖는 지역이다. 그 때문에 중앙집권적인 왕권이 들어설 때마다 탄압을 받아야 했고, 많은 전쟁을 치렀어야 했다고 한다. 여전히 그 투쟁의 역사는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2018년 마주한 바르셀로나 거리의 풍경은 카탈루냐의 정체성과 독립에 대한 의지로 물들어져 있다.

건물 곳곳에서는 단순히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깃발뿐 아니라 카탈루냐의 독립을 상징하는 흰 별이 들어간 깃발들이 걸려 있다. 거리 곳곳에는 노란 리본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카탈루냐에서 노란 리본은 스페인 정부에 의해 탄압받는 카탈루냐 정치인들의 석방과 자유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들의 리더들이 무사 귀환하길 염원하는 시민들의 마음, 부당한 조치에 의해 탄압받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런 마음을 함께하는 그들의 연대가 낯설지 않다.




카탈루냐 깃발만큼 인상적인 것은 현지인들은 다 견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르셀로나의 골목골목에서 반려견들을 많이 만난다는 것이다. 좁은 골목길 저 건너 편에서 늠름한 대형견이가 다가올 때면 최대한 자연스러운 발걸음과 표정을 유지하려하지만 다시 옆 집의 사나웠던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어린아이가 된 듯 심장이 콩닥거린다. 이렇게 많은 반려동물들이 함께 거닐고 있는데 거리는 놀랍도록 깨끗하다. 어느 하나 사납게 짖어대지 않는다. 이 좁고 밀집된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방법을 배운 것처럼.


사진 속의 강아지는 자신을 두고 상점 안으로 들어간 주인을 따라 들어가지 않고 상점 문 앞에 멈춰 서서 의젓하게 주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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