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익숙한 습관

바르셀로나 한 달 살기

by 죠기


아직 시차적응이 안됐는지 아침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진다. 지난밤의 숙취로 관강객들이 한 참 자고 있을 이른 시간, 아직 깨지 않은 조용한 거리를 홀로 걸을 때 그 거리는 온전히 나의 공간이 된 듯하다. 낯선 곳에서 발견하는 익숙한 습관이다. 나는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머금은 거리를 걷는 걸 좋아한다.


출근길을 따라 매일 아침마다 빵과 커피를 사러 가곤 하지만 오늘은 전혀 새로운 풍경 속을 느긋하게 걷는다.


아침 식사빵을 사는 사람들 틈에 함께 줄지어 서고 출근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자니 현지인이 된 기분이 들어 으쓱하다. 직장으로 향하는 이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니 며칠 전까지 같은 모습으로 서울의 출근길을 걷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렇게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혼자 카페를 갈 때면 거리를 향해 나 있는 창가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 꽤나 쏠쏠한 재미가 있는 일이다. 이 곳에서도 나는 창가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본다. 나이 지긋한 일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다니는 단체 관광팀부터, 커다란 배낭을 멘 젊은 서양인들, 딱 봐도 한국인인 여행자들, 시청 앞에서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는 불만 가득한 시위대까지. 시청 광장을 채우는 사람들의 면모가 다양해 지켜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카페에 혼자 앉아있다 보면 오고 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시선을 피하기보다는 슬쩍 미소를 지어 보낸다. 상대는 어김없이 미소로 화답한다. 은밀한 사인을 주고받는 것처럼 눈이 마주쳤을 때 미소를 나눌 수 있어 좋다. 혼자의 시간이 미소의 온기로 좀 더 따뜻해진다.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지 않아 슬슬 조바심이 난다. 나보다 늦게 주문한 사람들의 샐러드는 다 바로 나오는데 말이다. 버거 맛집인 줄 알고 왔는데 샐러드 맛집인가 보다. 냉동 패티가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패티를 만들어서 구워준다고 하니 사실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게 정상 일터. 빨리빨리의 민족에게 이런 기다림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무엇 바쁠 게 있다고.

창밖 풍경도 이렇게 예쁘건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