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서 정원으로 나섰다. 동지를 며칠 앞두어서 그런지 한밤처럼 캄캄했다. 운동을 하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북두칠성이 차갑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작은 별이 그 옆을 천천히 지나쳤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비행기는 아니고 유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하나가 지나고 또 하나 연이어 날아갔다. 신기하고 궁금해서 AI에게 물었더니 놀랍게도 '인공위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새벽하늘에 천천히 움직이는 작은 별이 있다면 십중팔구 인공위성이란다. 현재 1만 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하늘 위에 떠 있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스타링크' 위성이라 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쏘아 올리는 바람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밤하늘까지 지배하게 된 무서운 세상이다.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인공위성 무리를 바라보며 별똥별에게 하듯 소원을 빌어도 될까?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자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순간 원어민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고 말도 술술 나오더라.” 누구나 느끼는 일이지만 언어를 학습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진척도가 쉬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듯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면 학습의욕이 샘솟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어학 공부란 끝없는 사막을 건너는 일같이 지루하고 막막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그것 때문에 시작을 망설이거나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쉼 없이 밀어붙이면 어느 순간 '귀가 트이고 입이 뚫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을 언어 습득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임계점이라 부른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임계점까지 끈기 있게 밀어붙이면 어느 순간 홍시가 익듯이 효능감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당시 엔지니어들은 비행기가 마하 1.0으로 음속을 돌파하면 산산조각이 나거나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버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던 미 공군 조종사 ’척 예거‘ 대위. 음속 돌파 시험비행 며칠 전, 낙마사고로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사실대로 보고하면 즉시 비행에서 배제될 것을 알았지만, 그는 이 사실을 숨겼다. 1947년 10월 14일,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계류 중인 로켓 추진 비행기에 부러진 갈비뼈를 안고 탑승했다. 날아오른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소리의 파장이 깨지면서 “쾅”하는 '소닉 붐(Sonic Boom, 음속폭음)‘이 발생했다. 초조하게 지켜보던 과학자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굉음이었다. 그들은 놀람과 성공의 기쁨으로 환호했다. 인류 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미국의 조종사 ’척 예거‘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평생에 걸쳐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관적인 경험이라 객관적으로 측정해 내기가 어렵고 또 인간의 한평생을 추적하며 조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터이다. 심리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약 80%의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사랑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한다.
사랑을 할 때면 우리 몸은 화학적 반응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 된다. 마치 주전자에 물이 끓는 것처럼 말이다. 상대라는 스파크를 만나지 못하면 불붙을 수 없고, 정염이라는 연료가 부족하면 데워지기 어렵다. 조건이 맞으면 이윽고 발화된 불꽃의 열기로 주전자는 어느 순간 감정의 비등점을 넘어서게 된다. 마치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처럼 강렬한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내 몸이 발화하여 거대한 마법이 일어난다. 황홀하고 쓸쓸하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일 말이다.
디즈니 만화영화 <알라딘>은 '아라비안 나이트'가 원작이다. 인도와 페르시아 지역의 설화에서 유래된 이야기가 아랍으로 전해져 덧붙여지고 확대된 구전문학이다. 18세기 프랑스 학자 '앙투안 갈랑‘이 시리아의 설화 <알라딘과 마법 램프> 이야기를 추가해서 번역해 유럽에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가난하고 게으른 재봉사의 아들 알라딘이 우여곡절 끝에 얻게 된 램프와 반지. 그것을 문지르면 요정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준다. 마법사의 농간과 술책으로 위기를 겪지만 지혜롭게 이겨내어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하고 술탄이 된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엎치락뒤치락, 바람 앞에 등불처럼 일렁이는 서사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거기에 우연히 반지를 문지르고 램프를 닦는 행위를 통해 요정을 불러낸다는 설정이 기발하면서 재미있기에 전 세계 아이들의 동심에서부터 어른들의 추억 속에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것이리라.
높은 산이나 계곡의 너른 바위에 손바닥 만한 동그란 구멍이 여럿 나 있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성혈(性穴, Cup Mark)‘이라고 부르는데 선사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민간 신앙의 흔적이라고 한다. 고대인들이 영험하다고 믿었던 곳의 평평한 바위에 돌로 비비거나 두드려서 구멍을 낸 것이다. 학자들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행위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된다고 한다. 그 당시에 뜨거웠을 감정과 소원과 희망과 욕망은 이제 모두 사라져 버려 자취도 없다. 다만 조그마한 구멍의 흔적들만이 쓸쓸히 남아 가끔 빗물을 술잔처럼 담아낼 뿐이다.
매 순간 심장은 뛰고,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흐르며, 푸르른 새싹이 돋아나듯 세포는 분화한다. 오감을 통해 시사각각 외부와 소통하고 정보를 얻고 느낀다. 감정의 맨틀 아래 마그마처럼 끓고 있는 욕망은 활화산의 불꽃처럼 끝없이 타오르다 어느새 싸늘히 식고 만다. 일렁이는 파도처럼, 쉼 없는 바람처럼 나의 몸 안에는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거대한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다. 사랑의 감정이 끓어오를 땐 분홍색으로 온 우주를 뒤덮고, 증오와 우울의 감정에 휩싸이면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암울하고 을씨년스럽게 변해버린다. 선과 악, 다양한 감정의 결투가 지속되는 나의 몸은 아레나 경기장이다.
봉인된 그 몸뚱이가 무언가를 갈구하고, 진정한 소원을 쉼 없이 염원하면서 두 손을 마주 비빌 때 이윽고 따스한 온기가 내 몸 전체로 번진다. 냄비처럼 램프처럼 점점 뜨꺼워지는 열기와 온도는 임계점,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다. 드디어 ’펑‘하며 요정이 나타난다. '원어민의 말이 들리고', ’초음속 비행기가 소닉 붐을 일으키며', '뜨거운 사랑의 감정에 빠지고', ’단단하던 바위에 구멍이 뚫린다'. 결국 무언가가 이뤄지거나 혹은 해소되고 만다. 사실 비밀스러운 동굴 속 보물과 함께 묻혀있다는 요술 램프는 바로 당신의 몸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또한 당신의 의지일 터.
“자, 이제 네 소원을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