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내가 마늘을 달라고 하자 아내는 말했다. “고기를 먹는 것도 아닌데 웬 마늘?”
마늘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 때문에 즐겨 먹다 보니 중독이 되었는지 자꾸 마늘이 당겼다. 요즘 북핵 관련으로 유명해진 살라미처럼 썰어놓은 생마늘 5~6쪽을 조금씩 먹다 보면 꼭 마지막 서너 개를 남기고는 매워서 눈물이 나곤 한다. 눈물을 훔치는 나를 보며 집사랑이 비꼬아서 말했다. “쑥도 갖다 드릴까? 인간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나 보네.”
어느 경지에 이르러야 인간이 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되다’란 의미는 법과 관습, 제도적 잣대에 어긋나지 않으며 품격 있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본질적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기대 충족과 자기만족은 있겠지만 위선적일 수 있다는 걸 자신이 더 잘 안다.
카를 융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어쨌든 난 아직 인간이 덜 되었다. 이번 생에는 그 경지에 도달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그렇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오늘 밥상에 향긋한 쑥국을 내어준 아내에게 말했다. “마늘도 주세요.”
2018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