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달려 집으로 오는 퇴근길. 동네 어귀쯤에서 앞서 가던 활어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울컥 물을 쏟았다. 붉게 충혈된 차량 후미등 옆 누선에서 한동안 주르르 흐르던 물줄기는 헤드라이트 불빛에 번질거리며 약 20여 미터를 한 줄로 도로 위를 적셨다. 총총히 떠난 그 차가 늦은 시간 어디로 달려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명 ‘물차’라고도 불리는 활어차는 새벽 바닷가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받아 광어, 참돔, 도다리, 우럭, 숭어, 방어, 새우, 장어... 등 계절별로 다양한 생선을 싣고 횟집에 배달한다. 해수 8할과 물고기 2할을 싣고 신속히 옮겨야 한다. 바삐 움직이는 건 시간 절약 때문이기도 하지만 좁은 차량의 수조에 오래 있으면 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치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차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보다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게 되었으나 반면에 유통비용도 증가되었다 한다.
그런데 이 활어차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싣고 다니는 바닷물 때문이다. 소금기 많은 해수가 흘려지면 아스팔트 균열이나 포트홀 등의 원인이 되어 도로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 차량에도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빙판을 만들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단다.
커브길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한쪽으로 쏠림이나 출렁임 때문에 일부 흘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물고기를 많이 싣기 위해 적정수위 이상으로 바닷물을 과도하게 채우거나 활어수송이 끝난 후 필요 없게 된 물을 운행 중에 도로에 줄줄 흘리고 다니는 게 문제라고 한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자녀의 학비를 위해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활어차는 새벽 바다의 비릿한 내음을 맡으며 제 뱃속에 고기를 한껏 싣고 오늘도 신산한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해가 지는 귀갓길에 만난 과속방지턱에서 목울대가 뜨겁게 차올랐는지 서럽게 눈물을 쏟고 바삐 사라진 그 물차는 어디서 고단한 바퀴를 멈추고 잠이 들었을까.
현실이 팍팍할지라도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이 길 위에서 과도한 물(水)욕은 또다른 아픔과 눈물의 씨앗임을 잊지말라고 차창밖 도로 옆 풀꽃들이 수런거렸다.
2018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