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섯 평 정도 되는 작은 텃밭이 있다. 이른 봄 거름을 넣고 경운하는 작업은 내 몫이다. 4월 중순 경 가게에서 조그만 포트에 담긴 어린 모종을 사 와서 심고 가꾸는 건 아내의 몫이다. 올봄에도 고추 6개, 방울토마토 3개, 큰 토마토 3개, 땅콩 10개, 오이 3개, 옥수수 10개, 가지 3개, 애호박 3개를 심고 상추, 더덕, 치커리, 도라지, 쑥갓은 씨앗을 뿌렸다. 머위, 부추, 취나물, 참나물, 방아는 한 번 심었더니 해마다 다시 자라난다. 헤아려보니 종류가 꽤 많다. 누가 들으면 100여 평 농사를 짓는 줄 알겠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기승전‘풀’이라고도 한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다. 돌아서면 자라 있다. 심지어 겨울에도 푸르게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다. 작물과 풀을 구별하지 못할 때쯤 정리를 한다.
따발총을 맞아 보았는가? 실제로 맞아 보았다면 물론 산 사람은 아닐 것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밭에서 풀을 뽑다가는 따발총을 맞기 십상이다. 전방위로 달려드는 모기떼의 습격은 어지간히 인내심 강한 사람도 견딜 수 없다. 호미를 팽개치고 두 손 흔들며 밭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인근에 은퇴하고 들어와 농사를 짓는 분이 있다. 집사람이 언젠가 밭에서 풀을 매는 그 집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 유난히 땀을 뻘뻘 흘리더란다. 얘기를 나누다 옷을 세 겹이나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단다. 사연을 들으니 두 겹을 입어도 모기가 무는데 세 겹을 껴입으니 괜찮더란다. 풀과의 전쟁에서 모기 게릴라는 무섭다.
농작물을 직접 길러 먹는다는 건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농사를 업으로 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과정은 그리 힘들지 않으며 결실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크다.
6월을 맞으면서 벌써 수확물을 거두고 있다. 고추, 오이, 애호박, 토마토... 하나 둘 익은 것들을 따서 바로 식탁에 올려 먹을 때 아삭하면서 씹히는 그 향과 맛은 사서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이다.
아침에 복분자를 따다가 그중 몇 개를 졸졸 따르는 은달이에게 던져주는 아내를 봤다. 은달이는 수컷인데 강아지 때 중성화 수술을 시켰더랬다.
내가 한 마디 던졌다. “아니 아무 소용도 없는 애한테 그걸 주면 뭐하누?”
아내가 무심히 대답했다. “사람한테 줘도 별 효과가 없던데 뭐”
2018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