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비빔밥

따뜻한 시선

by 나근애

점심시간. 우리 반은 번호대로 돌아가면서 밥을 먹는다. 나는 아이들이 밥을 다 받고 난 제일 마지막에 밥을 받고, 끝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보니 마주 앉는 아이들이 매일 달라진다.


콩나물비빔밥이 나왔다. 콩나물에 달래장일 뿐인데 아이들은 참 좋아했다. 나도 군침이 돌았다. 시장한 김에 야무치게 밥을 비볐다.


내 앞에 앉은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좋아요."

나는 콩나물비빔밥이 나와서 좋겠거니 지레짐작을 했다.

간단히 대답을 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대화가 끝날 즈음 그 아이 옆에 앉은 아이가

"아침엔 왜 힘들었어?"

라고 물었다.


콩나물비빔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려다가 멈췄다.

아이의 질문에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그깟 시장기에 아이의 감정조차 헤아리지 못한 못난 선생이 된 기분이었다. 어른은 아이에게 할 수 없는 감정의 눈높이 맞추기를 친구는 할 수 있었다.

어른들은 수도 없이 감정 읽어주기를 배우지만, 현실에서는 그만큼 삶의 여유가 없으니 아이들 감정을 읽지 못할 때가 많다. 아니, 자신의 감정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참 아이러니하다.


힘들었다는 그 아이는 왜 힘들었는지 이유를 말했고, 질문했던 아이는 공감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다는 건 인정.


아이들은 금세 밥을 다 비웠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급식소를 나간다.


오늘도 깨닫는다.

교실에서는 모두 자란다.

교사도, 아이들도.

함께 자란다.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들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