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너

낯선 메시지

by 나근애

카톡이 울려 확인해 보니

낯익은 이름의 발신자가 보낸 장문의 메시지였다.

발령받았을 때 만났던 첫 제자였다. 그때는 시험이 있었던 때다. 시험만 치면 모든 과목 100점 맞던 여학생이었다. 게다가 수업시간에 하던 농담까지 메모하던 학생이라 종종 난감했던 기억도 났다. 말 없고 수줍음이 많았지만 뭐든 야무치게 해 내는 아이였다. 가끔 아이의 어른이 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연락이 왔다. 자기도 초등학교에 발령받았다고.

예기치 못한 소식에 반가움이 컸다. 한편으로는 더 큰 세상으로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교직에 첫 발을 내딛었구나 싶어 짠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발령받은 지 20년을 향해간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뭘 했는지 낱낱이 기억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해 개성 강한 아이들과 참 재밌었다는 기억은 선명했다. 그 어머니께서 첫 물이라며 직접 농사지은 산딸기를 보내주셨던 기억도 났다.


그때 줬던 편지와 책 선물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며 사진을 보내줬다. 내가 이랬었구나. 서툴지만 열정만은 지금에 비할 바가 못 되었을 거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과는 현장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때도 학교붕괴니 하며 말은 많았지만 교실의 온기는 남아있었다.

그 아이들이 만났기에 지금의 내가 있겠지.


누군가 나를 '선생님'으로 기억해 준다는 게 변함없이 가슴 벅찬 일이다. 주말 내내 그 감동이 나를 감쌌다.


이런 메시지 하나에 정년을 향해 달려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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