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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Dec 31. 2021

웃으며 보내고, 웃으며 맞이하기

자가격리와 함께 했던 12월을 보내며.

12월 초 딸아이의 유치원 같은 반 아이가 확진이 되어 밀접접촉자 분리되어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부모님들이 확진되지 않았는데 아이가 도대체 어디서 걸렸는지 누구도 모른 채 모든 유치원생이 자가격리와 한 해 마무리도 못한 채 방학에 돌입했다.

자가격리도 처음, PCR 검사 처음이었다. 면봉이 코를 찌르고 눈으로 나올 것 만 같은 아픔을 두 번 경험하고 나서  보건소에서 검사받는 일이 다신 없었으면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못할 일인 듯하다.

소룡이에게 엄마가 씩씩하게 먼저 받을게 하며 호헌 장담하며 검사를 받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 안 아파?"라고 묻는 소룡이에게 거짓말이라도 "어. 안 아파"라고 말해야 함을 알았지만 "엄마, 너무 아프네"라고 말해버렸다. 울먹거리며 딸아이의 눈을 쳐다봤을 때 맑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보건소 선생님은 우리에게 찰나의 순간도 주지 않은 채 아이 콧속에 면봉은 이미 관통했다. 아이는 너무 아프다고 울고 또 울었다. 마침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격리하면 다시 못 볼 눈이기에 만끽하고 싶었지만 찌름의 고통은 두통을 유발하며 몇 시간 맥을 못 추게 만들었다.

접종을 완료한 남편을 제외하고 아직 초등학생도 안된 딸과 방에서 자가 격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어쩔 수없이 초등 오빠까지 가족 모두 함께 10일간의 스펙터클한 자가격리를 맞이했다. 동네 친구들이 커피를 사서 가져다주고, 아이들 간식을 사다 주고, 배달 쿠폰을 보내주고 위로해 주는 마음에 주책맞게 혼자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싫어해서 매번 남편이 해주는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고 싶은 마음에 깜깜한 밤 탈출을 시도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안 되는 일임을 알기에 그저 하염없이 베란다 문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바깥공기와 소통하며 '아! 오늘도 살아 있구나' 감사하는 느끼는 시간을 보내며 자가격리의 끝을 향해 달렸다. 격리 통지서를 격리 해지 4일 전쯤 받을 만큼 코로나19 확진자는 무서울 만큼 증가했고, 다시 한번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던 순간들이었다.

올 겨울 처음 펄펄 내리는 눈을 맞이하러 나갈 수 없기에 베란다문을 열고 틈 사이에 손을 넣고 눈을 만져보고, 아이들과 기뻐했다. 격리를 마치고 눈내리면 실컷 나가 놀자 약속했는데 그 이후 쌓일 만큼의 눈이 오지 않아 아이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격리가 마무리될 때쯤 큰 아이의 방학이 시작됐고 집중에서 글을 쓸 시간은 오직 새벽인데 요즘 다시 시작된 불면증에 새벽 기상이 힘들어져 통 글을 쓰지 못했다. 열심히 책을 읽고 싶었는데 그 조차 하지 못한 채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한 해 동안 제대로 된 여행을 못 해 큰 마음을 먹고 2년 동안 물놀이를 노래 불렀던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여행을 마쳤다. 풀빌라 안에서만 지내다 다녀오는 좀 이상한 격리 같은 여행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침부터 물놀이로 피곤한 남편의 수다 상대를 해줘야지 생각했지만, 아침에 물에 발끝도 안 담갔으면서 차 안에서 내내 졸고 또 졸았다. 제대로 잠 못 이룬 한 해의 잠들이 모두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계속 잠 속에  빠져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려 짐을 풀고, 정리를 하면서 그래도 올 한 해 마지막 날에 글은 써야 하지 싶어 부랴부랴 노트북을 꺼내 한해 마지막 글을 쓴다. 글을 쓰지 못하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써 내려가지 못한 글감들은 잘 보관해두었다 다음 해에는 더 잘 정리된 글을 써야겠다 다짐해 본다.


아쉬움도, 설렌 순간도, 많이 웃고, 많이 울었던 한 해 였다. 고생한 나에게 '정말, 수고했어'셀프칭찬을 해준다. 한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부족하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 다사다난했다.

한 해를 넘기기 전 남편과 도란도란 앉아 가정경제 예결산도 하고, 남편에게 고생했다고 토닥이며, 꼭 안아줘야겠다. 웃을 일이 더 많은 새해를 기다려본다.



한 해 동안 50명의 구독자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71명이나 되는 구독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부족한 글을 매번 읽어 주시고 라이킷도 눌러주시고 ^^ 포털 메인에도 여러  올라가기도 했네요.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했어요. 한분 한분 감사한 소중한 육백삼홈 구독자님들! 새해  많이 받으시고,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모아 진심을 담아 기도할게요!  감사합니다."


2021년 마지막날 겨울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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