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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Jan 07. 2022

삶에 너무 애쓰지 말자

욕쟁이가 되는 그날까지! 신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해가 되면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계획은 새해가 3일 정도 지날 쯤, 작심삼일이 되면 안 되니 4일을 넘기고, 일주일 정도 될 쯔엔 계획의 내용 따윈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 가며, 작년의 삶을 답습해 가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문득 인생을 되돌아 보니 참 많이 애쓰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았을까? 삶의 목표가 무엇이었을까? 내가 이루고자 한 것의 얼마쯤 이뤄 냈을까?수많은 생각에 마음이 조금 무거운 연말을 보냈다. 만다라트라는 거대한 계획표를 꽉꽉 채우고 연말에 스스로 평가를 하며 어느 정도의 계획을 실천해 나갔나 봐야겠다며 유난을 떨었다. 하루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방학 중인 아이들 점심을 뭘 줘야 하나~ 저녁은 뭘 하지? 주말인데 주말엔 뭘 먹지' 온통 먹는 일로 가득 찬 생각이 전부이면서 말이다.


20대에는 대학교를 다니고 대학원을 다니며 학업과 연애, 취업, 직장생활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았고.

30대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예쁜 두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 매우 행복 할 줄 알았다.

40대에는 그저 평범할 줄 말 알았던 내 삶에 아이의 이벤트로 인해 일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근심하며 보내고,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먹을까? 미래의 나의 삶은 어떨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40대 중반에 들어 서니 생각을 정리해야 할 시기구나 느껴졌다. 한 해 동안 만다라트를 가득 채운 계획들을 실천해 나길 지는 새해가 10일도 지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잘 지켜졌네) 아래 세 가지 계획은 꼭 반드시 지켜보리라 다짐에 다짐을 더 해본다.


한 가지는 다른 사람 감정에 내 감정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라 '가끔 오스카 여우 주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연까지는 가능하겠어'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유리 멘탈인지라 인간관계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에 내 감정까지 흔들리고 아팠던 시간이 많았다. 미워하고, 나쁜 말을 하고 생각을 곱씹으며 고통 속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올 한 해는 그냥 미우면 미운 대로 거기까지, 싫으면 싫은 대로 거기까지만!!!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 못 이루며 마음과 몸이 상해지는 일은 이제 만들지 않으리라. 


다른  가지는 너무 애쓰며 살지 않기로 했다. 백세 시대에  조금 못되게 애쓰며 살았으니, 이제 조금은  애쓰며 살아보자 생각한다. 특별하게 잘하진 않으나 그렇다고 못하진 않는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조금  너그러운 삶을 살아보자.  행동에 스스로 채근하는 일은 멈추고, 무언가 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애쓰지 말자. 찰나의 순간에 감동하고 느끼며,  순간을 감사히 여기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기우는 그만 두자. 평균대에 올라 양손을 뻗고 떨어질까봐 앞으로 한발짝도 제대로 내딛지 못한  조마조마하게 사는 삶을 살지 말자.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 양손을 뻗고 자신 있게 걸어보는 삶을 살아 보고 싶다. 적어도 우리 삶이 평균대 위보다는 평이하지 아니한가!


마지막으로 인생의 창의적이고 거대한 욕 한마디를 만들어 보리라. 연말에 대학교 친구들 일명 피클(핑클과 공존했던 시대, 4명의 우리는 서로를 피클이라 불렀지)과 올해는 만나지 못했다며 아쉬움이 가득한 단체 톡 방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친구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미워하면 나 스스로가 더 힘들어. 근데 욕은 하자. 힘드니까"라는 말을 하는데 갑자기 마음이 몽몽 울컥거렸다. "괜찮아? 힘들었지? 입에 담지 못한 욕들을 대신해 준다고 해도 부족한 삶의 힘겨운 부분들이 그 한마디에 괴로운 마음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어떤 친구가 "눈뜨면서 욕해봤어?"라고 묻는데 두 친구는 해봤다고 하며 깔깔 웃어댔고, 눈 뜨자마자 욕을 생각한다는 기이한 발상에 듣고 웃었다. 막상 한마디 입으로 욕도 내뱉지 못하는 친구들은 직장 생활을 해서 그렇구나. 아침에 일어나 직장 가는 게 지옥 같으니 눈뜨며 욕 생각이 절로 나겠다 싶었다. 그땐 나도 그랬으니까...(곰곰이 생각해보니 직장생활할 때 꿈속에서 호되게 욕해본 적이 있는것 같기도 하다.)  

전생에 역적이어서 이 생에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며 사나 싶은 생각이 재작년, 작년 많이 했었다. 그래도 눈뜨자마자 욕 생각이 난 건 아니니 그나마 괜찮은가?라는 생각에 잠시 머물렀다.  

찰지게 욕하는 사람을 보면 '와. 정말 대단하다. 욕 선생님으로 모시고 싶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억울한데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정말 찰진 욕 한마디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 인생에 딱 한 명 있다. 그때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욕을 못하는 걸 후회했다. 욕하고 나면 더 후회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뭐든 배우면 중간은 가니까 욕도 배우면 중간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까? 친구들에게 말했지만 친구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친구들에게 내가 정말 창의적이고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욕을 만들어 내서 내 모든 악의 기운을 그 한마디에 싣려 보내리라 호언장담했다. 친구들은" 다음 만날 때 꼭 창의적인 너의 욕을 듣고 싶다" 꼭 만들어 오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새해 들어 욕을 창의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다소 엉뚱하지만 그렇게 라도 내 안의 무언가를 털어 수 있다면 기꺼이 만들어 보리라!


한 해 만다라트에 가득 써본 계획들은 바램으로 남겨두고,  세 가지를 잘 해내고 싶은 한 해다.(아! 벌써 애쓰고 있나?)한 해 끝에  스스로에게 괜찮았다고 토닥여 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살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먼저 한 선택을 번복한다고 해서 내 삶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스스로가 자리를 잘 못 찾은 스티커 같이 여겨진다면, 떼어서 다른데 붙이면 되는 일이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_김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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