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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Apr 09. 2024

사춘기아이와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기쁘면 기쁘고, 슬프면 슬픈 날 보낸 들 어떠하리

최근 더 해빙(The having)이라는 책을 읽었다. 해빙이란? 지금 가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으로 현재 돈이 부족하더라도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조금 가지고 있더라도 있는 것에 집중하고 기쁨을 느끼는 부자의 태도를 말한다. “없음"의 렌즈에서 "있음"으로 바꾸는 방법을 말하기도 한다. 주로 부를 대하는 태도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돈에 보다 이러한 관점을 아이에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누구도 감히 장담하지 못하는 사춘기아이의 뇌와 마음에 대해 -당장 내일이 없다는 듯 -

아이로 인해 기뻐하고, 아이로 인해 슬퍼하는 일로 호떡 뒤집듯 매일 일희일비하며 살아보자고 말이다.


네이버지식백과사전 일희일비[ 一喜一悲 ]라는 설명을보면, 기뻐했다 슬퍼했다 함. 상황에 따라 좋아했다 슬퍼했다를 반복하는 모습. 즉, 한 가지 상황에 기뻐하고, 한 가지로 인해 슬퍼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였다. 보통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당장의 상황보다는 멀리 봐야 한다고 - 하지만, 사춘기도 끝이 있으니오늘 행복하고, 오늘 불행한 것도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닐 것 이다.

중학교 입학쯤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을 보면서, 오만가지 걱정과 불안이 몰려왔다. 자기 주도적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랐고, 이 정도면 괜찮지 너무 굳건히 믿고 있었다.

중학교 입학한 지 겨우 한 달이지만, 시간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어느 날은 동네 십 년쯤 된 백수 마냥 시간을 보내고, 어느 날은 당장 내일 수능 볼 아이처럼 엉덩이 한번 안 떼고 공부를 했다. 공부뿐만 아니라 생활태도 면에서 내가 편하자고 해주었던 그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 독이 됨을 직감했다.

성향상 누구든 챙기는 걸 즐겨하던 엄마의 나쁜 습관으로 인해 우리 아이가 엄마를 전적으로 의지하며, 엄마의존적 인간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늦지 않았다 긍정회로를 돌리며, 자신의 구멍은 스스로 채울 시간을 주기로 했다.

아이가 구멍을 반쯤 채우거나, 못 채우거나, 다 채우는 걸 지켜봤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작은 구멍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 작은 구멍까지 다 채워줬는지- 불편하고자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 곧 작고 큰 구멍들이 날 것이다. 그리고 그 구멍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초조하겠지만 구멍들이 잘 봉합하는 과정을 기다려 보자. 시간이 지나 생각과 마음이 더 촘촘하게 성장하는 중학생이 되길 기대하면서

사실, 불안지수가 높은 엄마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를 내려놓는 일, 아이 삶을 멀리서 지켜보는 일은 인고의 시간이 되겠지만, 너무 깊게 생각 말고 일희일비해 주며 오늘도 감사하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 시간 샤워를 해도, 수도세걱정하는 것보다 집에 한 시간 머물고 있음에 감사하자. 노래를 저렇게 불러서 득음을 하면 명창이 될 수도 있으니까.


아이가 아침에 레이저를 쏘고 나와도, 레이저 쏘고 나오는 건강히 일어나는 아이에게 감사하자. 레이저 쏘는 능력이 향상되어 터미네이터 같은 삶을 살 수도 있으니까.


아이가 모든 질문에 침묵을 하면, 오늘은 묵언수행 중이구나 생각하며 감사하자. 말 많은 엄마도 묵언수행에 동참하면 아들도 엄마도 득도하는 그날이 언젠가 올 수도 있으니까.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도 논리력이 상승하려나 생각해 보자. 억지를 부리다 보면 논쟁을 잘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 있을 테니까.


이렇게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곱게 곱게 접고 또 접어 마음속 깊이 넣어본다.

모든 것의 끝이 있듯이, 사춘기가 평생 가지 않음을 알기에 오늘은 일희인가? 일비인가? 기대하며-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사춘기 냄새 풀풀 풍기는 아이를 기다린다.

부디, 벚꽃엔딩처럼 오늘은 일희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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