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_다시 603Home에 머물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있을 때도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널 느껴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故신해철_일상으로의 초대
내가 좋아하는 노래.
일단 제목이 너무 멋지지 아니한가? 일상으로의 초대. 가사 내용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 일상으로의 초대가 무척 그리운 날이다. 누군가를 나의 일상에 초대를 하는 일. 언제쯤 기억이나 추억 속에서가 아니고 얼굴 마주하고 웃고 떠들며 서로에게 초대받고 초대받을 수 있는 그런 일상이 될까?
올 한 해가 아직 조금 남았지만 올 한 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중에 하나는 '거리두기'일 것이다. 다시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다시 집 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에서는 거리두기가 아닌 아이들과 밀착 생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과 밀착 생활을 시작했던 한 해 감사하게도 맞벌이가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지만 나의 모든 생활을 멈추고 아이들 생활에 맞춰 살아야 했던 지난날과 오늘이 그렇게 쉽진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나의 일반적인 일상은 가정주부 김여사의 일상이었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열 살이는 학교를 가고 소룡이는 유치원에 가면 집안 정리를 하고 반찬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쉬면서 영어공부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친구랑 통화도 한다. 가끔 동네 언니들하고 점심도 먹고 차도 마셨다. (네시간의자유_초등학생은 일찍온다)아이들이 오기 시작하면 간식을 주고 책도 함께 읽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아주 단순 하지만 단 몇 시간이라도 나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있었다.
아이들과 집에 있기 시작하면서 생활패턴은 바뀌었다. 아침을 먹고 열 살 이는 온라인 수업을 듣고, 소룡이는 사부작 놀이를 시작하고 나는 집안 청소를 하며, 소룡이와 놀아주고 반찬을 하면서 소룡이와 놀아주고, 점심을 차려주고 열 살이 공부를 봐주고, 소룡이와 놀아주고 저녁을 준비하고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소룡이는 조금씩만 놀아주면 혼자서 잘 노는 터라 혼자 두고 청소도 하고 반찬도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삼시 세 끼였다. 혼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아이 둘이 집에 있으니 두 아이의 욕구를 채워주는 게 쉽지가 않았다. 매운 걸 먹고 싶은 열 살이와 매운음식을 입에도 못 대는 여섯 살 두 가지 버전으로 삼시 세 끼를 해야 하는 곤욕은 집콕하는 모든 엄마들이 알고도 남을 것이다.
일주일치 식단도 짜 보고, 냉동식품을 이용해 보기도 하고, 유난을 떨며 하나하나 재료를 준비해 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배달 음식은 적어도 주 중에는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매일 그렇게 보내고 보니 이제 2020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슬기로운 밀착 생활의 전반전
온라인을 처음 하는 열 살 이와 전쟁 아닌 전쟁, 왜 혼자 수업을 못 듣냐고, 글씨는 왜 그렇게 쓰냐고 잔소리에 잔소리를 하며 아이와 멀어져 감을 느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군분투하며 지내는 동안 생활 속 거리두기만큼 열 살 이와 마음의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아이도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었다.
온라인이 뭐라고- 글씨체가 뭐라고 내가 열 살이와 이런 상황이 되었는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기로 했다. 온라인 수업은 혼자 알아서 할 것. 모르는 것과 부탁할 일은 기꺼이 도와줄 것. 대신 내용이나 글씨체에 관여하지 않을 것.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만 해줄 것. 초등학생 시절에 공부 중 가장 중요하다는 3학년을 포기해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한 우리 생활의 변화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포기가 아니었나 보다. 아이와 나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나름 노력하며 마음은 멀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2월이 된 지금 아이는 스스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가끔 가는 학교에서 수업시간 평가에도 문제없이 학업평가도 잘 수행되고 있다. 담임선생님 상담에서 처음 시작이 '멋진 아이'였고, 맺음도 '멋진 아이'였으니 나름의 멋진 3학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소룡이는 사립유치원이다 보니 원비는 다 내고 있지만 가지 못하는 슬픈 실정이고 집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월반을 할 지경이다. 온라인 수업 미술과 체육은 열 살 이와 함께 듣고, 음악시간에 노래도 같이하고 오빠가 공부하는 시간에 자기도 무언가를 꺼내 공부를 해달라고 한다. 졸업장을 학교에 달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내 생활은 멈춤이 되었다. 사실 나는 학업 6년, 직장생활 10년의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나름의 예술을 시작한 터였다. '펀치 니들'이라는 공예를 배워 클래스를 운영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펀치 니들을 못 만진 게 일 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초창기 때는 작품을 만들면서 아이들과 함께 였는데 그러다 보니 나의 잔짜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꾸 아이들이 엄마가 하는 걸 하고 싶어 하고 나도 집중해서 해야 하다 보니 신경질이 밀려왔다.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해야 하는데 이미 낮에 나의 에너지를 다 써버려 그러기도 힘들었다. 결국 내려놓아야겠다 마음먹고 바늘을 내려놓으니 아이들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보였다.
슬기로운 밀착 생활의 후반전
아이들이 성숙한 만큼 나도 조금은 성숙한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긴 한 것 같다. 그러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해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오직 집에서만 부르는 '김작가'이지만 글은 조금씩 나눠 쓰기도 하고 메모도 해두고 밤에 몰아 쓰기도 하니 온전히 내 시간이 없음에 대한 아쉬움도 줄어들고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또한,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달라졌다. 사랑을 하다-애정하다- 원망도 하다- 이제는 전우애가 불타올라 우리는 이 사태를 아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서로 노력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말이다.
열 살이는 혼자서 해야 하는 일 들을 곧 잘해나가고, 소룡이는 엄마가 집안일을 할 때는 혼자 책을 보거나 색칠을 하고, 퇴근한 남편은 종일 아이들과 함께한 나를 위해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잔짜증과 간섭 그리고 잔소리를 줄이기 위해 매우 노력한다. 양육 관련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들으며 마음을 다지고, 기도를 하고 말씀을 읽기도 한다. 종교의 힘과 세상의 좋은 이야기들의 힘을 빌려 매일 약을 먹듯이 멘탈 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전반전에는 나만 힘들다는 생각에 더 힘들고 지쳤던 시간이었던것 같다. 전반전은 몸풀기부터 시작이니 그때는 모두가 다 힘든 시기였고, 지금은 후반전에 들어왔으니 코로나와 붙었을 때 지지 않기 위해 매일 나의 생활을 점검하고 하루하루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냥 뻔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슬기롭게 밀착 생활을 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 아니고 나라도 노력해야 할 때이다. 특히 가장 친한 사람들부터 거리를 멀리 마음은 가깝게 두는 연습을 해보자.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중대본의 문자의 내용처럼 대면하지 않는 일이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서로 친하고 사랑하고 존중한다며 당분간은 그냥 마음만 그러하자. 얼굴은 나중에 보더라도 보내줄 건 택배나 문고리로 통하고, 같이 커피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는 커피 쿠폰이나 치킨 쿠폰도 보내주면서 말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날이 언제까지 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올 한 해 만나지 못했던 인연들과의 만남은 내년을 기약해보자. 지금의 지지 않으려고 하는 나하나쯤의 노력이 우리가 나이가 들아 오랜시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기대하고 기다려본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나의 일상에 초대하는 그런 평범한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