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에는 무용한것들을 사랑하며,우리의 삶이 해피엔딩이 될 수 있기를
지금에서야 미스터 션사인 다시보기를 하였다. 본 방송은 아이들 재울 시간이라 볼 수 없었던 2018년.
남들 다 보고 이미 유행이 한참 지난 후 작년쯤 혼자 집안일을 하며 웃음과 눈물로 몰아보던 생각이 난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남편과 꽁냥꽁냥 시간을 보내는 편인데 '갑자기 드라마나 한편 볼까?'로 시작된 것이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워낙 긴 숨의 드라마라 주말에 한 두 편씩 보다 보니 24부작이나 되어 오랜 기간 동안 보게 되었다. 살면서 새벽까지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는 남편과 함께 새벽 2시까지 본 날도 있었으니 꽤나 심취해 본 것이 분명이다. 두 번째 다시 보면서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드라마 취향은 결론을 알면 더 재미나 했었고,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타입인 게 분명하다. 새드엔딩의 드라마는 참으로 허망스럽다.
이제야 미스터 션샤인을 보며 남편과 주옥같은 대사에 감탄을 하며 여러 대사들을 머리와 마음속에 간직해서 나중에 나도 저런 멋진 대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밤마다 남편과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 배틀 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기도 하다.
처음 볼 때는 그저 유진초이가 멋있었나 생각했는데, 두 번째 보니 보면 볼수록 더 예쁜 양화와 김희성의 애달픈 마음 그리고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그의 말들이 마음속에 남았다.
"난 원체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
<미스터션사인_9화_김희성>
애석하게도 우리는 그 무용(無用) 한것을 자유롭게 느끼며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 하나 안 좋아할 수 없는 무용한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지 못하고 사는 요즘 삶이기에 대사 하나하나가 더 마음속에 닿았나 보다.
마음껏 밖에 나가 달을 보고 생각하고, 별을 보며 감동하고, 바람을 맞으며 걷을 수도 없는 지금. 사람과 사람이 다정하게 만나 마스크 없이 웃고, 농담하며 살 수 없으니 내 마음이 드라마 주인공들 보다 더 애달픈 요즘이다.
드디어 대망의 24회.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니 마음 편히 드라마를 감상하고 있었고, 주옥같은 대사들을 머릿속에 저장 버튼을 누르며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회에서 의병무걸의 대사에 그동안 기억해둔 대사를 잊어버려도 될 만큼 큰 떨림이 느껴졌다.
버티는 게 아니라 사는 거요, 삶을 ...
<미스터 션샤인 24회 의병 무걸>
드라마의 배경은 20세기 초이다. 어렵고 힘든 시대적 상황 속에서 나라를 위해 삶을 살아가는 의병들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러브스토리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감히 내가 그들이 지켜온 대한민국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자부심과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
그 시대의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고된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킨 조선에서 지금 우리는 삶을 살기보다 그저 버티며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안부를 전할때도 그저 잘 버티고 건강히 만나자는 안부가 대부분인걸 보면 사람들은 요즘, 버티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나 또한 거의 일 년 동안 매일을 버티는 삶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버텨서라도 살아가야 하는 삶이라고 말이다.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몸과 마음에 병이 찾이오고, 매일 반복되는 삶이 우리를 흔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2021년에는 삶을 살아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고, 버티는 삶이 아닌''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또한, 우리내 삶 속에서 모두가 하루하루 해피엔딩을 위해 나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모든사진:tvn 미스터션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