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신데렐라의 마음을 알았다.

초등학교 봄 휴식기가 돌아왔다.

by 육백삼홈

E-알리미 **초등학교

5월 3일, 4일은 봄 휴식기입니다.

"종일 마스크를 쓰고 봄 학기 열심히 지낸 아이들이 충전의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학교에서 알림이 왔다. 열 한살이는 아이들에게 최고 좋은 학교에 다닌다. 봄 휴식기, 여름방학, 가을 휴식기, 겨울방학, 재량 휴일도 자유로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학교 학생이다. 매일 등교한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작년 한 해 동안 방전되었던 나의 체력과 정신이 완충이 되기도 전에 아이들에게 충전의 시간이 주어졌다.


작년 한 해 내내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날을 뺀 이틀의 시간이 작년 한 해의 시간보다 늦게 흐르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을 타서 글을 쓰기 위해 앉았다. 한 시간이 넘도록 제목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쓸데없이 노트북 배경화면을 찾고 지운다. 아까운 시간에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친구와 오늘 아침 상황을 서로에게 브리핑했다. 아직도 주 5일 내내 아이들과 함께여서 행복한 친구는 방전이 되다 못해 배터리 교체상태에 이르렀다. 친구 말처럼 '집에 인구밀도가 높으면 안 돼'라는 말에 오늘따라 공감 백 프로다. 평일 집안에 2인 이상이 모이니 어떠한 활동이 되지 않는다. 시간을 아끼며 나만의 즐거움을 동시에 찾는 시간이 있다. 집안일 하며 만나는 드라마, 미드 정주행 시간도 잠정 중지됐다. 작년 일 년 동안 못하고도 살았는데 단 이틀 못하고 있으니 금단현상이 대단하다.


아무것도 못하는 나에 비해 열 한살이는 정말 봄 휴식기의 시간인 것 같다. 온라인 수업도 없고,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마치면 종일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열 한살이는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해두었다고 한다. 자유가 주어지니 열 한살이는 어느 때 보다, 그 누구보다 밝다. 이빨 빠진 이를 드러내고 껄껄 웃는 아들의 미소가 오늘따라 낯설다.


봄 비가 촉촉이 내리는 오전 시간은 글쓰기 참 좋은 날이다. 따뜻한 차 한잔, 빗소리, 노트북 자판소리까지 더해지면 이미 장편소설 몇 권은 출간한 작가 마냥 기분이 좋고 글이 저절로 느낌이 드는 꿀 같은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향해 간다.

왕자님과의 행복한 시간을 뒤로한 채 12시 종이 울리면 현실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 처럼 곧 12시가 되면 나에게도 현실세계로 돌아가라는 종소리가 들린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오직 엄마에게만 들리는 소리 '배고파' 이 종소리가 울리면 작가로 변신한 나의 모습의 온데간데 없고, 현실세계로 돌아간 재투성이 신데렐라 마냥 점심준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비구름이 잔뜩끼여 어두워진 하늘 처럼 변하고 있는 내 모습에 웃어버리자 생각하면서도 내일은 어린이 날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순간 지금 내리는 비 처럼 눈물이 마구 쏟아 질 것 만 같다.


영화 신데렐라(2015) 스틸컷_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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