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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May 04. 2021

12시.신데렐라의 마음을 알았다.

초등학교 봄 휴식기가 돌아왔다.

E-알리미 **초등학교

5월 3일, 4일은 봄 휴식기입니다.

"종일 마스크를 쓰고 봄 학기 열심히 지낸 아이들이  충전의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학교에서 알림이 왔다. 열 한살이는 아이들에게 최고 좋은 학교에 다닌다. 봄 휴식기, 여름방학, 가을 휴식기, 겨울방학, 재량 휴일도 자유로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학교 학생이다. 매일 등교한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작년 한 해 동안 방전되었던 나의 체력과 정신이 완충이 되기도 전에 아이들에게 충전의 시간이 주어졌다.


작년 한 해 내내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날을 뺀 이틀의 시간이 작년 한 해의 시간보다 늦게 흐르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을 타서 글을 쓰기 위해 앉았다. 한 시간이 넘도록 제목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쓸데없이 노트북 배경화면을 찾고 지운다. 아까운 시간에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친구와 오늘 아침 상황을 서로에게 브리핑했다. 아직도 주 5일 내내 아이들과 함께여서 행복한 친구는 방전이 되다 못해 배터리 교체상태에 이르렀다. 친구 말처럼 '집에 인구밀도가 높으면 안 돼'라는 말에 오늘따라 공감  백 프로다. 평일 집안에 2인 이상이 모이니 어떠한 활동이 되지 않는다. 시간을 아끼며 나만의 즐거움을 동시에 찾는 시간이 있다. 집안일 하며 만나는 드라마, 미드 정주행 시간도 잠정 중지됐다. 작년 일 년 동안 못하고도 살았는데 단 이틀 못하고 있으니 금단현상이 대단하다.


아무것도 못하는 나에 비해 열 한살이는 정말 봄 휴식기의 시간인 것 같다. 온라인 수업도 없고,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마치면 종일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열 한살이는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해두었다고 한다. 자유가 주어지니 열 한살이는 어느 때 보다, 그 누구보다 밝다. 이빨 빠진 이를 드러내고 껄껄 웃는 아들의 미소가 오늘따라 낯설다.


봄 비가 촉촉이 내리는 오전 시간은 글쓰기 참 좋은 날이다. 따뜻한 차 한잔, 빗소리, 노트북 자판소리까지 더해지면 이미 장편소설 몇 권은 출간한 작가 마냥 기분이 좋고 글이 저절로 느낌이 드는 꿀 같은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향해 간다.

왕자님과의 행복한 시간을 뒤로한  12 종이 울리면 현실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 처럼  12시가 되면 나에게도 현실세계로 돌아가라는 종소리가 들린다. 누구나 들을  있는 소리는 아니다. 오직 엄마에게만 들리는 소리 '배고파'  종소리가 울리면 작가로 변신한 나의 모습의 온데간데 없고, 현실세계로 돌아간 재투성이 신데렐라 마냥 점심준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비구름이 잔뜩끼여 어두워진 하늘 처럼 변하고 있는  모습에 웃어버리자 생각하면서도 내일은 어린이 날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순간 지금 내리는  처럼  눈물이 마구 쏟아    같다.


영화 신데렐라(2015) 스틸컷_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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