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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Jun 01. 2021

당신은 몇 등급이십니까?

수능등급만큼 등업되기 어려운 맘카페에 가입해보셨나요?

"맘 카페에서 읽었는데, 남편이랑 그런 일이 있었데. 그 남편 너무하지 않아?"

"그런데 여자들은 왜 그런 글을 카페에 쓰는 거야?"

"아마도. 위로받고 싶어서? 어디서 말하기도 어렵고 지금 말하지 않으면 속이 터질 것 만 같아서?"


1.3만의 회원, 전체 게시물 33만, 지역맘 카페

오전 11시 기준 방문자는 6,462명


맘 카페는 아무나 등업이 될 수 없습니다.


 맘 카페에 등업은 백화점 VIP TRINITY 되기보다 어렵고, 한정상품을 구매하려고 새벽부터 줄 서는 일 보다 고된 일이다. 돈으로 구입할 수 없으며, 줄 서서 마냥 기다린다고 등업이 되지 않는 규정에 자격기준도 까다롭다. 특히  미혼과 남자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오직 '기혼여성만' 가입이 가능한 특혜가 주어진다.

회원 가입을 하면 새싹주부가 된다. 등업인사를 하고, 게시물, 덧글, 출석 일수, 규칙에 관한 사항이 충족이 되면 주부 1단이 된다. 새싹 주부부터 시작해 주부 3단까지 갈길이 멀다. 주부 1단 보다 더 심화된 규정대로 게시글과 댓글을 쓰고, 규칙을 잘 지켜야만 등업의 기본 요건에 충족된다. 지금 10년째 가입하고 있는데 아직도 주부 2단이다. 언제쯤 주부 3단의 최고 등급에 올라갈지 앞으로 십 년은 더 걸리는 게 아닐까? 등업을 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등급에 따라 쓰거나 읽을 수 있는 게시물이 따로 존재한다. 나만 못 본 것 같고 나만 모를 것 같은 읽고 싶은 게시물은 내 등급으로 열람하기 어렵다.


맘 카페 게시물에는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게시된 글은 어떤 예능, 드라마보다 다양한 소재의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맛집은 추천해 주세요" 맛있는 녀석들보다 더 현실감 있는 맛집 추천부터

"아이 몸에 빨간 점이 났어요. 지금 밤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보다 더 자세하고 박학다식한 엄마들이 존재한다.

"(펑예) 남편이 저한테 이럴 수 있나요?" 펜트하우스의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욕과 위로가 공존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댓글을 달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5세 남아인데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금쪽같은 내 새끼 예능보다 더 현실적인 육아 코칭을 해주기도 하며,

"오늘 저녁은 뭐 드세요?"집밥 백 선생보다 쉽고 간단한 저녁식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정보제공이나 습득을 위해 카페에 방문할 것이다. 정말 이런 것까지 있을까 싶은 깨알 정보부터 아줌마들 수다, 요즘 큰 이슈가 되는 사건들까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즐비해 읽는 재미를 제공한다.

출처_tvn , 채널 A  공식홈


맘 카페를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지 말아 주세요.


 더러 맘 카페에서 마녀사냥이 난무하며, TMI가 많다고 그런 곳에서 시간 낭비할 시간이 있냐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동전의 양면이 있듯이 부정적인 시선에서 조금 벗어나 보면 어떨까?

의외로 속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게시물이 많다. 밤에 아이가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초보 엄마들의 질문이 많다. 물론, 응급한 상황은 당연히 응급실에 가야 하지만 간단히 집에서 처지할 수 있는 노하우들이 대방출된다. 다른 댓글보다 이런 게시물의 댓글에 참여자가 많기도 하고 마음 따뜻한 댓글도 많다.  아이 학원 선택의 문제, 어린이집, 유치원에 관한 정보가 필요할 때는 맘 카페만 한 곳이 없다. 시댁 선물, 주말 나들이 지역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있어 쉽게 정보를 습득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게시물의 정보를 맹신해선 안된다. 읽는 사람의 변별이 중요한 정보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냥 가볍고 편안하게 카페를 이용해 보면 어떨까?


 유난히 힘들었던 하루,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은 날이 있다. 우리는 속 답답한 이야기나 자식 일, 남편 일, 속 시원하게 나 대신 찰지게 욕도 해주고, 공감이 필요한 상황에 이따끔씩 놓이게 된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나의 자존감 올리며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건 작은 웃음과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는 우리네 인생에서 나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공간. 오늘은 맘 카페에 들러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나눠야 겠다. 



(펑예: 게시물 썼다가 추후에 삭제한다는 뜻으로 표준국어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네요.)

(TMI :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로, 달갑지 않은 정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 사용된다._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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