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글로 밥은 못먹고 삽니다만
전공: 사회복지_대학교 4년, 대학원 2년
아르바이트 : 대학교 때 시청 대학생 아르바이트 1회 , 대학원 조교
직업 : 전직 사회복지사
업무경력 : 10년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은 경력
모그룹의 복지재단에서 일을 했다. 기존의 사회복지사들보다 복리후생과 연봉도 좋은 편에 속했다. 직장을 그만둘 때 주변 사람들은 좋은 직장과 직업, 그리고 연봉에 대해 다들 말이 많았다. 물론 퇴사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게 그런 말은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도 듣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 대로 퇴사를 했다.
그리고 7년 후
11살 아들, 7살 딸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나서는 직장 다니는 일이 더 나은 것 같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지만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그래서 퇴사한 것에 대해 후회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망설이는 내 모습이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전업주부가 좋다. 집안일은 힘들게 해도 티가 안 나고, 남이 주는 연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승진도 없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정년도 없다. 그것보다 아이들 양육하는 일은 제일 고난도의 심리전과 체력전이 요구되지만 집을 돌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모든 순간이 좋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양육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내 삶의 큰 그림은 온통 아이들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세운 큰 그림이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이들에게 나의 손이 덜 가기 시작했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살고 있는데 문득, 눈앞에 있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멈춰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글 쓰는 일에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전업작가들이나 할법한 고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무엇을 위함일까?라는 고민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남편에게 농담처럼 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력은 더 떨어지고, 상상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독창적인 아우라를 자랑할만한 문체는 더더욱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좋아하는 일하고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자주 말한다. 정작 자신은 진정 원하는 일을 하며 살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늘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매일 미안한 생각이 든다.
전 세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인구의 얼마쯤일까 그 사람의 행복지수는 정말 높을까? 진정 행복하다고 느낄까? 그래서 지금 글 쓰는 일에 나는 행복한가?
오롯이 남편 혼자 경제적인 문제를 다 떠안고, 아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글 쓰는 일이 어쩌면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만의 이기심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도달 할 때가 많아 졌다.
아이들이 점차 커가면 나의 역할은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고, 그때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 일까? 그때를 대비해서 경력단절 여성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지금쯤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불안함이 엄습해 올 무렵 읽었던 책의 문장이 생각나 다시 읽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커피를 마시는 일이, 망설여지는 작은 사치에서 일상으로 넘어간 적은 최근이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는 동안 쇠를 팔기 위해 쓴소리 단소리 다 들으며 고생할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고, 어린이집에 가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들이 나름 고군분투를 하는 동안 한잔에 5,000 원하는 커피를 마시며 돈도 안 되는 글을 써도 좋은가.
.... 중략...
글쓰기가 타인을 위하는 일은 못되더라도, 나를 회복시키는 일임을 깨달았다. 이후에 사 먹는 커피를 과감하게 일상에 포함시켰다. 이 정도의 시간은, 돈은, 나에게 쓰자. 좀 더 뻔뻔해 지기로 했다. 큰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행복해졌다. 단지 커피 한잔을 사 먹을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 수 있었다.
[애매한 재능_수미 에세이]
어쩌면 자기 합리화라고 말해도 할 말은 없겠지만, 글을 쓰는 일이 나를 위로하고 나를 회복시키는 일임은 분명하다. 다시 글 쓰는 일에 조금 더 힘을 내보기로 토닥여 본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다 보면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일에 후회없이 그 때는 글쓰는 일에 진심이 었구나 훗날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