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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Aug 03. 2021

전업작가도 아니면서 글 쓰는 일은  무엇을 위함 일까?

아직 글로 밥은 못먹고 삽니다만

전공: 사회복지_대학교 4년, 대학원 2년

아르바이트 : 대학교 때 시청 대학생 아르바이트 1회 , 대학원 조교

직업 : 전직 사회복지사

업무경력 : 10년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은 경력



모그룹의 복지재단에서 일을 했다. 기존의 사회복지사들보다 복리후생과 연봉도 좋은 편에 속했다. 직장을 그만둘 때 주변 사람들은 좋은 직장과 직업, 그리고 연봉에 대해 다들 말이 많았다. 물론 퇴사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게 그런 말은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도 듣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 대로 퇴사를 했다.


그리고 7년 후


11살 아들, 7살 딸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나서는 직장 다니는 일이 더 나은 것 같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지만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그래서 퇴사한 것에 대해 후회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망설이는 내 모습이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전업주부가 좋다. 집안일은 힘들게 해도 티가 안 나고, 남이 주는 연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승진도 없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정년도 없다. 그것보다 아이들 양육하는 일은 제일 고난도의 심리전과 체력전이 요구되지만 집을 돌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모든 순간이 좋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양육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내 삶의 큰 그림은 온통 아이들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세운 큰 그림이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이들에게 나의 손이 덜 가기 시작했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살고 있는데 문득, 눈앞에 있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멈춰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글 쓰는 일에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전업작가들이나 할법한 고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무엇을 위함일까?라는 고민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남편에게 농담처럼 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력은 더 떨어지고, 상상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독창적인 아우라를 자랑할만한 문체는 더더욱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좋아하는 일하고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자주 말한다. 정작 자신은 진정 원하는 일을 하며 살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늘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매일 미안한 생각이 든다.

전 세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인구의 얼마쯤일까 그 사람의 행복지수는 정말 높을까? 진정 행복하다고 느낄까? 그래서 지금 글 쓰는 일에 나는 행복한가?

오롯이 남편 혼자 경제적인 문제를 다 떠안고, 아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글 쓰는 일이 어쩌면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만의 이기심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도달 할 때가 많아 졌다.


아이들이 점차 커가면 나의 역할은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고, 그때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 일까? 그때를 대비해서 경력단절 여성으로   있는 무언가를 지금쯤 만들어야 하는  아닌가 불안함이 엄습해  무렵 읽었던 책의 문장이 생각나 다시 읽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커피를 마시는 일이, 망설여지는 작은 사치에서 일상으로 넘어간 적은 최근이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는 동안 쇠를 팔기 위해 쓴소리 단소리 다 들으며 고생할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고, 어린이집에 가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들이 나름 고군분투를 하는 동안 한잔에 5,000 원하는 커피를 마시며 돈도 안 되는 글을 써도 좋은가.

.... 중략...

글쓰기가 타인을 위하는 일은 못되더라도, 나를 회복시키는 일임을 깨달았다. 이후에 사 먹는 커피를 과감하게 일상에 포함시켰다. 이 정도의 시간은, 돈은, 나에게 쓰자. 좀 더 뻔뻔해 지기로 했다.  큰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행복해졌다. 단지 커피 한잔을 사 먹을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 수 있었다.

[애매한 재능_수미 에세이]


어쩌면 자기 합리화라고 말해도 할 말은 없겠지만, 글을 쓰는 일이 나를 위로하고 나를 회복시키는 일임은 분명하다. 다시 글 쓰는 일에 조금 더 힘을 내보기로 토닥여 본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다 보면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일에 후회없이 그 때는 글쓰는 일에 진심이 었구나 훗날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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