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움과 뜨거움, 달콤함과 씁쓸함

아포가토

by 와이


한때 정말 사랑해 마지 않았던 디저트가 있었다. 바로 아포가토이다. 이름부터 아포가토인지, 아포카토인지, 아니면 된소리로 써줘야하는지 헷갈리는 이 디저트는,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샷을 부어먹는 형태의 음식이다.


아포가토가 나의 인지에 들어온 것은 2010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스타벅스 이후로 다양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속속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시절이었고, 한국의 모 대기업이 만든 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이 메뉴를 선보였다.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던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게, 이 브랜드는 케이크도 제법이었고 아포가토는 정말 독보적이었다.


나는 아포가토가 완벽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나에게 이 음식에 대해 묘사하라고 한다면 나는 늘 같은 문장을 얘기했다.

"차가움과 뜨거움,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막 추출한 뜨거운 에스프레소 샷을 부으면, 두 가지 온도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물릴 때면 쓰디 쓴 커피가 그 맛을 지루하게 않게 마무리해주었다. 이것이 완벽함이 아니라면 무엇이 완벽하다는 말인가. 나는 양극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아포가토의 완벽한 맛에 늘 탄복했다.


이 메뉴가 마음에 들었던 나는 종종 이걸 직접 만들어보는 시도를 했다. 집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믹스커피를 부어보고, 부페 레스토랑을 가게 되면 아이스크림 코너의 아이스크림과 커피 머신의 커피를 활용했다. 그러나 모두 그 카페의 아포가토 맛만 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냐면, 아이스크림이 너무 쉽게 녹아버렸다. 그 카페는 무슨 특별한 기술을 쓰는지 에스프레소 샷을 아이스크림 위에 부어도 아이스크림이 제법 긴 시간 동안 녹지 않고 형태와 온도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래서 혼자 아포가토를 시도할 때면 영 카페에서 먹는 맛을 낼 수가 없었다. 무언가 애매한, 녹아버린 달큰한 크림이 들어간, 어정쩡한 온도의 커피향 나는 무엇..정도밖에 만들 수 없었다.


카페에서 먹을 때도 약간의 딜레마는 있었다. 간혹 에스프레소가 모자랐다. 너무 빨리 먹으면 그런 일이 생겼다. 그래서 가끔은 대담하게도 에스프레소 샷을 두 잔을 시키고는 했다. 그때는 또 커피가 남아버려서 후회하곤 했지만 말이다. 조금 더 자잘하게는 에스프레소를 자꾸 흘리는 문제가 있었다.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작은 커리 용기처럼 생긴 멋드러진 유리잔에 주곤 했는데, 커피를 아이스크림 잔에 따르다보면 꼭 커피가 뒤로 흘러내려 쟁반을 더렵혔다. 버리는 커피가 너무도 아까웠던 나는 커피를 빨리도 부어보고 천천히도 부어보고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어느 쪽이든 뾰족한 해결책은 되지 않았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맛을 소개했다. 여러 사람에게 '새로운 맛'을 알려주면서 나는 또다른 희열도 느꼈다.

'맛있지? 이거 정말 맛있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한참 많아!'


그러니 너도 이걸 먹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비록 요새는 사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지금도 가끔 그 프랜차이즈에 들를 일이 생기면 아직 메뉴에 아포가토가 있는지는 꼭 확인한다. 그러고는 혼자 씩 웃으며 그 존재를 확인하는 것에 어쩐지 만족해버리곤 한다. 그 시절 내가 아포가토에 바쳤던 사랑과 열정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전 05화옥상 정원과 바람 그리고 비스킷과 딸기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