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안될걸 알면서도 하는 일과 행동들이 있다. 3자 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저런 멍청한 일을 한단 말이야?"로 의구심을 갖게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어떤 사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이유일까? 왜 그렇게 했을까?
수없이 벌어지는 충격적 사건 사고의 범주화된 사회적 현상은 제외해 보자. 사이코패스들의 반인륜적, 반사회적 행위나 범죄를 비롯하여 궤변적 사변으로 일관하는 정신병적 계엄론자들까지 엄호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환자일 따름이다. 치유가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골치 아프게 거대한 담론을 끌어들여 그럴듯하게 보일 필요도 없다. 그저 나와 내 주변을 살펴보면 '안될걸 알면서도 하는 행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간단하게는 매주 사는 로또가 있다.
어떻게 복권이 됐든 로또가 됐든 확률적 행운의 요행을 바라며 매주 사는 분이 계시면 손들어 보시라!
아마 10명 중 1/3은 매주 살 것이며 나머지는 매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개꿈을 꿨다거나 하는 경우 사봤을 경우가 있을 것이다.
사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1/8,145,60으로 약 0.0000123% 다. 벼락에 맞을 확률 1/1,000,000 보다도 낮다. 이런 낮은 당첨 확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작은 돈이지만 로또를 사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당첨된다"는 것이다. 바로 '기대'다.
'기대(期待, expectation)'는 "어떤 일이나 대상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다. 로또를 사는 이유는 번개 맞을 확률보다 적지만 누군가는 당첨된다는 것이고 그 당사자가 자기가 될 수 있다는 환상과 착각에 가까운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고백건대 나도 거의 매주 로또 5천 원짜리 한 장을 산다. 로또를 사기 시작한 지는 10여 년이 된 듯하다. 사건의 시작은 강원도 태백에 있는 하이원 리조트의 카지노였다. 그해 1월에 신년 산행차 태백산 등산을 갔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산행 시작을 못하고 태백시에서 하루 숙박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다들 숙소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맹숭맹숭 TV만 쳐다보다가 누군가 카지노에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택시를 탈 수 있는 4명을 선발해 카지노로 갔다. 사실 나는 돈 도 없지만 카지노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블랙잭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딱 5만 원만으로 슬롯머신만 해보기로 했다. 얼마를 어떻게 배팅하는지도 모르고 옆사람 하는 걸 눈치껏 지켜보다가 그림 맞추기 슬롯머신에 도전을 했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버튼을 누르고 있으니 그림이 맞을 리가 없다. 3만 원 정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다 갑자기 번쩍번쩍하더니 숫자가 마구 올라가기 시작한다. 무엇이 맞았는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잭팟이 터진 것은 아니다. 카지노 초행길인데 15만 원인가에 해당하는 그림이 맞은 것이다. 500원, 1,000원짜리 배팅에서 15만 원은 잭팟이나 다름없다. 그 황당한 희열이 노름꾼의 중독이었음을 그때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새 가슴이라 노름꾼은 못된다. 슬롯머신에 있는 15만 원을 어떻게 찾는 건지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옆에 사람이 현금 교환권 같은 종이를 인출하는 것을 가르쳐준다. 일단 10만 원 교환권을 인출했다. 그리고 나머지 돈으로 2시간 정도 잘 놀았다. 10만 원은 현금으로 바꾸어 호텔로 돌아오는 왕복 택시비로 기꺼이 썼다. 서너 시간 카지노 돈으로 잘 놀고 잘 돌아온 것이다.
이 카지노의 기억 때문인지 그 이후로 매주 로또를 사는 계기가 됐다. 그 이후로는 대학친구가 하이원리조트의 지배인으로 있는 관계로 3년 전 여름휴가 때 와이프와 2박 3일로 한번 더 가보기도 했다. 이틀 저녁을 카지노에 내려가 슬롯머신을 했는데 이때도 역시 운빨이 있었는지 내 돈은 잃지 않고 카지노 돈으로 시간 보내기를 잘했다. 그런데 작년에 라스베이거스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도 카지노를 가서 슬롯머신을 했는데 그때도 딱 50달러만 해보기로 했는데 달러의 행운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꽝인 복권도 긁기 전엔 꿈이고 희망이다. 5천 원짜리 로또도 추첨하기 전에는 내가 1등짜리 숫자를 쥐고 있는 것이다. 희망고문이다. 하지만 5천 원을 투자해 일주일을 1등의 기대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범인들의 희망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일주일 동안 온갖 상상을 한다. "그 돈으로 뭘 하지? 차를 고급 세단으로 바꿀까? 아니 전망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 아니지 먼저 세계일주라도 한번 할까?" 등등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꿈을 꾼다.
비록 숫자 3자리도 안 맞는 꽝일 경우가 대부분일지라도 5천 원으로 일주일이 행복하다면 5천 원의 가치는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다.
기대하시라. 내가 매주 사는 로또가 1등이 되는 순간, 주변 지인들께 선물을 하나씩 드리겠다. 어때 말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지 않는가 말이다. 허황되지만 이런 상상만으로도 즐거우면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래서 지난주는 3자리 숫자가 맞는 5천 원에 당첨되어 이번 주 로또로 교환했다. 곧 1등이 되리라. 기대하시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