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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근절을 위하여

by Lohengrin

요즘 언론 매체들이 진정한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창하게 언론이 사회적 공기이며 시민의 파수꾼임을 들이밀고 정론직필을 가져다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옳고 그름에 따른 사실 보도를 하고 있는지만 따져 물어보면 금방 그 민낯이 드러난다. 정파적 편향보도를 하는 것은 언론도 인간군상이 모인 집단이니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 매체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다른 시각의 매체도 구독하는 것이 독자의 자세다.


하지만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매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근본이 있다.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보도를 기계적 중립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잘못된 것은 그르다고 하는 것이 사실보도다. 요즘 유행하는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자극적인 뉴스와 기사로 돈벌이에 영합하는 저질의 비즈니스일 뿐이다. 조횟수라는 상업화 늪에 빠져 있는 것이 근래 대부분 언론의 현주소다.


'가짜뉴스'는 '허위조작된 기사'를 말한다. 어떤 현상을 명사화해서 단어로 표현할 때, 애매모호하여 본질이 왜곡되거나 흐려지게 해서는 곤란하다.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해서 정확한 개념과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매체에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얄팍한 수법으로 단어선택을 하면 안 된다.


'허위 조작된 기사'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의도적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사실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허위 조작된 기사의 사례는 정치 및 시국 관련 기사에서 수없이 많이 등장하여 어느 것이 사실이고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일일이 기사마다 독자들이 팩트체크를 할 수 도 없는 일이고 결국 매체의 신뢰도를 믿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유력 레거시 미디어에서 조차,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보자.


당장 오늘 아침에도 국내 유명 경제지에 테슬라 주가 폭락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테슬라 폭락, 엑스 해킹... 최악의 날 머스크가 보인 행보"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기아자동차가 유럽에서 "일론 머스크가 미친 후 구매한 차(I bought this after Elon went crazy))"라고 쓰인 전기차 EV3 광고를 내보내었다는 내용을 담으며 일론 머스크가 "그들이 정말 그래요?(They really did that?"라는 반응을 했다는 내용이 붙어있다.

스크린샷 2025-03-11 091901.jpg InsideEVs 관련 기사


이 기사를 보는 순간, "기아자동차에서 이런 광고를 했을 리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광고에서 이인자가 선두업체를 따라잡는 기법으로 선두업체를 언급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보다는 간접적으로 자신의 포지셔닝을 어필하는 기법을 쓴다. 대표적 사례로 허츠(Hertz) 렌터카의 아성에 도전했던 아비스(Avis)가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Avis is only No.2 We try harder)"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했던 것은 광고계의 전설로 남아있다.


"그런데 기아차에서 일론머스크의 행보를 지적하며 거기에 '미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가며 광고 문구를 썼다고?" 궁금해서 찾아봤다.


사건의 발단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다. 기아자동차 노르웨이지사의 공식 인스타 계정에 포스팅됐다는 사진이다. 기아전기차 EV3 뒷 해치백에 'I bought this after Elon went crazy'라고 쓴 문구가 붙어 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왕초보. 답답하시죠 저는 더 미칠 것 같습니다'라는 문구와 같은 스티커다. 기아자동차 노르웨이지사 공식 계정에 올라온 사진 이긴 하지만 이것이 광고로 사용되었는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팩트 체크를 해봤어야 한다.

사실 사진만 봐도, 차가 성애가 끼었는지 아니면 세차를 안 한 중고차인지 헷갈릴 정도로 지저분하다. 공식 광고를 하는데 이런 지경의 차를 쓴다고?


너무도 상식적인 팩트체크조차 안 하고, 일론 머스크에 도전하는 기아자동차의 용기(?)를 조회수 올리는 낚시용으로 써보겠다는 전형적인 허위조작기사다. 국내 매체의 이 기사조차 InsideEVs라는 전기차 전문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매체는 원문 기사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원문기사를 찾아봤다. 원문기사에는 "한편, 기아의 핀란드 마케팅 팀은 핀란드 최대 신문인 Helsingin Sanomat의 1면 광고를 통해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광고는 "Voi näitä Elon päiviä"라는 문구로, 핀란드어로 "엘론의 날들이여"라고 해석되며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이 광고는 독자들에게 헬싱키에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에서 기아 EV4를 확인해 보라고 권유했습니다."라고 되어있다. 이 내용이 국내 매체로 넘어와서는 "기아는 해당 광고를 올해 3월 초부터 노르웨이 주요 신문 및 SNS 계정에 해당 광고를 게재했는데~"로 변형됐다. 기존 광고와 범퍼 스티커 사진이 혼합되어 새로운 사실로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현대기아자동차 홍보실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메신저를 보내 재차 확인을 해봤다. 답은 역시나였다. "해외도 조회수 의식한 허위 보도가 많은데 이걸 또 국내매체가 아무 생각 없이 인용했네요."


제발 팩트체크 좀 하라. 그리고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 말하라. 눈치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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