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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30. 2020

관계를 묻다

출근길 휴대폰에서 읽은 글 중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표현한 문구가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을 차지합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관계와 관련된 것입니다. 사회 속에서 관계만큼 중요한 화두도 없습니다. 이 관계의 비중에 따라 사람 간의 모든 것이 달라지고 변합니다. 사람들은 천차만별, 각인각색의 색깔을 지녔습니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색깔만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며 인생에 득이 되는 사람일까요? 현실적인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대상 정의는 논외로 합니다. 너무도 극명히 대비되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불호의 느낌만으로도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에는 무한대의 확률이 존재합니다. 제가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것도 무한대 확률 중 한 가지라는 것입니다. 자연은 원래 그대로 모든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안된다고 안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인간은 브레인의 인지능력을 키워오면서 예측의 프로세스를 작동시켰습니다. 경험치를 바탕으로 향후 발생할 확률의 가능성을 최대화시켜나가는 능력을 개발해온 것입니다. 


그래야 안정적이고 편안합니다. 안정적이고 편안하다는 것은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관계의 확장은 생존의 연장선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볼까요? 물론 만나보고 이야기해보고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면 대충 짐작하게 됩니다. "저런 사람은 저런 성향을 지녔을 것이기에 저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맞을까요? 나의 기억 속에 저장된 경험의 순환고리를 연결하여 '그럴 것이다'라는 결론을 유추해내지만 그것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 예측의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법정스님의 산문집 내용 중 하나인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내용이 오버랩됩니다. 워낙 유명한 글이라 읽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인용해 봅니다.


그 글의 첫 시작이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중략)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법정스님께서 진실이 인간관계의 연결고리임을 설파하고 계십니다. 선지자의 혜안에 머리 숙일 뿐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그대와 저는 서로 어떤 존재의, 어떤 관계일까요?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좋은 사람이기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은 불문가지입니다. 이렇게 삶에 질문을 던지게 하는 유용한 사람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서로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인간의 언어로 존재를 확인하고 그대 계심을 확신할 뿐입니다. 언어로 확인하고 확신하지 못하면 존재 자체도 인식치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언어로 다시 한번 그대 계심을 확인합니다. 그대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 자연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서로 가장 소중합니다. 저에게 그대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입니다.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저에겐 비빌 언덕 자체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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