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가치를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by Lohengrin

우리는 흔히 삶을 바꾸고자 할 때 외부 조건부터 손대려 한다. 더 좋은 환경, 더 나은 사람들, 더 많은 돈.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감정과 가치 판단은 외부의 변화보다 내부의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맛있는 피자를 예로 들어보자. 배가 고플 때는 피자가 최고의 음식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같은 피자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이처럼 가치란 절대적이지 않다. 사물이나 상황의 '절대적 가치'는 없으며, 우리의 내부 상태가 외부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우리의 내부 상태를 바꿔 외부 가치에 변화를 주는 과정을 학습이자 공부라 한다. 학습이란 감정의 가치를 바꾸는 행위라는 것이다. 공부란 외부 지식의 축적만이 아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인식의 틀을 바꾸며, 새로운 감정적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공부는 '감각 훈련(sensory training)'이다. 이는 명상이나 요가, 혹은 더 직접적으로는 와인 소믈리에나 향수 감별사들이 수행하는 감각 훈련에서 잘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일반인은 와인을 마실 때 "맛있다" 혹은 "쓰다" 정도의 평가를 한다. 그러나 감각을 훈련한 사람은 복합적인 향, 맛, 감촉을 구별해 내며, 그 안에서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감각 훈련은 단지 외부 자극을 더 세밀히 구별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몸의 내부 상태가 변화하고, 결과적으로 외부 사물의 가치가 재정의된다. 와인 한 잔의 가치는 단순히 술이 주는 알코올 효과에서, 향과 온도, 역사와 스토리, 심지어 오늘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학습이란 이처럼 감각적 정교화를 통해 사물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자각 훈련(mindfulness training)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호흡, 감각, 현재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은 우리의 자극 반응을 재조정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강도를 조절한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짜증'으로 반응하던 패턴이, 감각 자각을 통해 '관찰'로 바뀐다. 감정적 가치를 조정함으로써, 동일한 사건도 전혀 다른 가치로 인식된다. 이처럼 몸의 감각을 통한 학습은 인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자기 사고를 관찰하고 조정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 훈련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것은 자신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아는 훈련이다. 학문적으로는 하버드대학교 교육심리학자 존 플라벨(John Flavell)이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며, 학습자의 자율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누군가는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끼고 포기한다. 또 다른 사람은 이 경험을 통해 약점을 발견하고 학습 전략을 바꾼다. 이 차이는 단지 지능이나 노력의 차이가 아니라, 메타인지의 작동 여부다. 자신의 감정 반응을 인식하고, 사고의 틀을 전환함으로써 실패의 의미 자체가 달라진다. 같은 사건인데도 내부 상태가 바뀌니 외부 사건의 가치 역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메타인지적 학습은 사고의 대상이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본질적이다. 이는 '공부하는 나'를 '관찰하는 나'로부터 분리해냄으로써, 내부 상태를 객관화하는 연습을 제공한다. 객관화된 내부 상태는 수정 가능성이 생기며, 수정된 내부 상태는 외부 세계의 가치 해석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많은 고수준의 학습자, 창의적인 인물들이 메타인지에 능하다. 그들은 감정이나 실패를 단순한 좌절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정보이고, 그 정보는 내 학습 방법을 조정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학습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내부 상태의 지속적인 관찰과 조정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변화의 기반이 된다.


결국 공부란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부 상태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맛있는 피자가 배가 부를수록 가치가 줄어들 듯, 외부 세계의 가치는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한다. 감각 훈련은 우리가 사물을 섬세하게 인식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힘을 준다. 메타인지는 사고 자체를 조정함으로써, 동일한 사건에 대한 인식과 반응을 변화시킨다.


우리가 배우는 모든 것은 결국 감정적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행동의 동기를 만든다. 진정한 학습이란, 외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일이다. 감정의 가치, 감각의 가치, 사고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판단자, 더 유연한 존재, 더 지혜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공부는 삶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감정의 기술인 것이다. 사실 삶 자체가 공부이고 학습이고 훈련이다. 내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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