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품격, 초인을 닮은 평범함

by Lohengrin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결과가 쌓여 인격이 되고, 태도의 총합이 외모와 말투, 생활 방식에 배어드는 긴 여정이다. 60대를 넘긴 사람 중에 특출 나게 눈에 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귀티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 화려한 옷차림도 아니고, 고가의 명품으로 치장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단정하고 정제되어 있다. 말투는 조용하고 안정적이며,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꾸밈없는 진실함과 우아한 절제가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주변의 공기를 바꾼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기 관리다. 외모를 가꾸는 수준을 넘어서 몸과 마음, 말과 행동, 생각과 습관을 정돈하는 자기 관리 말이다. 그들에게 귀티란 단순한 외적 인상이 아닌, 평생의 습관과 성찰이 쌓여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다. 특히 그들의 언어는 간결하고 세련되어 있다. 매일 책을 가까이 해온 세월이 언어의 정제력으로 이어지고, 그 정제된 언어는 다시 삶의 태도로 번역된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 속에서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Übermensch)’, 즉 ‘초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니체는 그의 철학적 서사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발전 단계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낙타’, ‘사자’, ‘아이’,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순종하는 존재다. 사자는 전통과 규율, 도덕과 신에 반항하고 부정한다. 하지만 진정한 초인은 ‘아이’의 단계에서 탄생한다. 아이는 삶을 놀이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세계를 긍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초인은 세상을 지배하거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덕을 사랑하며, 자신만의 가치에 따라 살며, 자기 몰락조차 긍정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단순히 외부 질서에 순응하거나 반항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삶을 재창조하며 살아가는 자. 바로 자기 극복의 연속선상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대한 이상을 어떻게 일상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귀티 나는 60대들의 삶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거창한 철학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만의 질서를 갖고 있다. 하루의 루틴이 있으며, 아침이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식사를 준비하며, 독서와 산책을 놓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할 때는 존중이 몸에 배어 있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불필요한 언쟁에 휘말리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놀이로서의 삶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니체가 말한 아이처럼, 자신만의 세계에서 조화롭게 살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건강이다. 신체의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 말투와 행동의 바탕, 자존감의 출발점이다. 체력이 없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에게서는 여유나 절제가 생기기 어렵다. 반면,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적절히 가꾸며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주변에 전해진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귀티다. 건강은 단순한 육체의 유지가 아니라, ‘자기 사랑’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귀티 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세운 질서를 스스로 지켜가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일들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 기준으로 선택하고 행동해 온 시간들이 그 사람의 풍모를 만든다. 이때 그 기준이란, 외부의 평가나 시선이 아니라 내면에서 길러낸 ‘자기 가치’다. 타인이 어떻게 평가하든, 그 기준이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그 사람은 이미 초인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니체는 초인을 ‘가치를 창조하는 자’라 했다. 그는 “삶은 사실판단이 아니라 가치판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삶의 진정한 품격은 '올바른 답'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어떤 가치를 선택하며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철학은 일상이 되고, 일상은 초인의 경지로 이른다.


초인은 위대한 철학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슈퍼맨처럼 날지 않아도 되고, 세상을 바꾸는 위업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 하루하루를 자기답게, 자기 기준으로 살아가며,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 바로 그런 평범한 60대의 일상이야말로 진짜 위버멘쉬의 모습이 아닐까.


초인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그는 항상 단정하고 깔끔한 옷을 입고, 조용한 어조로 책 이야기를 꺼내며, 정원을 돌보거나 차 한 잔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순간순간마다 초인의 경지를 이어가고 있다. 분주하던 손길을 잠시 내려놓고 차분하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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