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기만 빠져나가는 촘촘한 그물
6월도 어김없이 1 기분 자동차세 납부 고지서가 날아왔다. 지난 5월에는 종합소득세 납부를 했고, 7월쯤이면 또 재산세 및 부가세 납부 통지서가 날아올 것이다. 퇴직 전에는 월급에서 알아서 떼가던 세금이었기에 그저 '떼는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정년퇴직 이후부터는 모든 세금 관련 처리를 직접 해야 하니, 이 일은 마치 매달 신용카드 결제일이 도래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다가온다.
직장에 다닐 때도 연말정산이라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었지만, 그나마 회사에서 안내해 주는 방식대로 각종 서류를 챙겨 제출하면 되었다. 요즘은 국세청 전산망이 개선되어 홈택스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대부분의 자료를 끌어와 간편하게 정산할 수 있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변화지만 사실 전 국민의 주머니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씁쓸하고 무시무시한 감시망이기도 하다.
세금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부담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많이 벌었으면 많이 내고, 적게 벌었으면 적게 내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나는 거리에서 동냥하는 거지도 수입이 있으면 있는 만큼 수입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고 보는 사람이다.
세금을 내는 것에 반감이 있거나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직하게 신고하고 성실히 납부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지난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이 시스템이 얼마나 촘촘하게 작은 물고기를 잡고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고 나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지난해 10월 말로 정년퇴직을 했으니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고 정산을 해야 했다. 11월, 12월은 백수로 지냈으니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데 돌려받는 액수가 조금 생겼다. 국세청 홈텍스에서 요구하는 여러 항목에 클릭을 하고 서류 발송을 하는데 계속 오류가 떠서 전송이 안된다. "시키는 대로 입력을 하고 했는데 뭐가 문제지?"라는 의심 속에 여러 차례 재작성을 했는데도 안된다. 다시 한번 처음부터 자세히 들여다본다. 사업소득이 있단다. "난 뭐 개인 사업자도 아니고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 번 것도 없는데?"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홈택스 사업소득 항목을 찾아 들어가 본다.
사업 수익에 대한 숫자가 떡하니 있다. 그 숫자가 무려 1,760원이다. 1,760만 원도 아니고 달랑 1,760원. 길가에 버려져 있어도 주워갈까 말까 망설일 정도의 이 금액은 뭐지?
이것 때문에 종합소득세 자료 전송이 안되고 계속 오류를 냈단 말인가? 그제야 이 1,760원 사업소득이 어디서 나왔는지 떠올랐다. 매일 아침 daum의 브런치스토리 글을 쓰고 있는데 이 글을 읽고 공감을 하는 독자분들께서 '응원하기' 소액 결제로 1,000원씩 두 번, 2,000원을 했던 것이다. daum에서 이 2,000원에 대해 부가세를 공제하고 1,760원을 입금해 주었던 것이다.
1,760원의 사업소득에 대해 신고하라는 국세청의 전산망 시스템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피식 웃음이 났다. 1,760원에 대한 세금을 내라고 하면서 수백억 원씩 세금 포탈하는 놈들이 버젓이 활개 치는 세상 아니던가? 적어도 3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횡령하면 아무 법적 체제를 안 받고 당당하게 살고 사업소득 1,760원 있다고 세금 내라고 추징하는 게 이 나라 세금법인가 하는 자괴감 말이다. 세금 납부에 대한 불만은 없다. 아니 당연히 내야 하고 그게 임무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세금은 도덕적 정당성과 연결되어 있다. 납세 의무는 단지 돈을 내는 행위를 넘어서, 사회 계약을 이루는 기둥이다. 하지만 이 기둥이 누군가에게만 더 많은 무게를 지우고, 누군가는 아예 벗어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그 사회는 균열을 피할 수 없다. 그물망이 촘촘한 건 좋다. 그러나 그 촘촘함이 작고 약한 존재에게만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말로 신뢰받는 사회는, 작은 물고기까지 잡아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큰 고기부터 공정하게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위에 세워져야 한다. 세금은 모두가 기꺼이 내야 할 것이지만, 그 전제는 공정함이다. 큰 고기만 빠져나가는 그물망은 결국, 모두를 불신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