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안에서는 지구를 온전히 볼 수 없다

by Lohengrin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우리 은하 모습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지닌 ‘조각가자리 은하(Sculptor Galaxy)’의 정밀한 전체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그 사진이 어제 국내 언론에도 실렸다. 초거대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을 통해 1,100만 광년 떨어진 이 은하를 수천 개의 색상으로 찍은 것이다.


ESO의 천문학자 엔리코 콩주(Enrico Congiu)는 “지구에서는 매우 높은 해상도의 우리 은하 일부를 관측할 수 있지만,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체 구조를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멀리 떨어진 조각가자리 은하는 외부에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의 은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한 완벽한 관측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히 천체물리학적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인간 존재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진실을 담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가장 보기 어려운 존재다. 자기 안에 깊이 들어가 있을수록 더 잘 볼 수 있으리라 믿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리를 더 편협하게 만든다. 마치 은하 안에서 전체 은하를 볼 수 없듯이 말이다.

조각가자리.png ESO에서 공개한 조각가자리 은하 사진

바둑판 앞에서 온 신경을 집중해 수 읽기를 하는 당사자보다, 옆에서 훈수를 두는 관객이 더 넓은 시야에서 형세를 읽을 때가 많다. 그것은 그들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입도 덜 되어 있고, 한 수 한 수에 휘둘리지도 않기 때문에 오히려 판 전체의 윤곽을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떤 일에 푹 빠져 있으면 그 상황만 보일 뿐, 더 큰 흐름이나 자신이 놓여 있는 구조는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타인의 얼굴표정 속에 산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온전히 보는 방법은 스스로의 눈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비추어주는 ‘거울’ 같은 존재가 타인이다. 그래서 드레스룸에 전신 거울이 필요하듯, 우리의 삶에도 전체를 비춰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 거울이 바로 공동체이고, 인간관계이며, 사회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패러독스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가장 알고 싶어 하지만, 물리적으로 자기 눈으로 자기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 우리 자신을 객관화하려 해도, 시선은 늘 내면을 향하거나 바로 앞의 문제에 갇힌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내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홀로는 보이지 않는 나의 전모를, 너를 통해, 그리고 너를 통해 형성된 우리를 통해 비로소 확인하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협동과 공존의 이유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유아독존으로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은 더욱 그렇다. 함께 살아야 하고, 함께 일해야 하고, 함께 꿈꿔야 한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존재가 필요하고, 타인의 인정이 나의 의미가 된다.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존중하라는 말은 그래서 진리다.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곧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더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 수는 없지만, 마음의 거리, 관찰자의 시선이라는 관점을 통해서다. 일기 쓰기, 명상, 타인의 피드백, 여행 등은 그런 시선의 훈련 도구가 된다.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찰함으로써 우리 은하를 이해하듯이, 인간도 자기 바깥에서 자신을 응시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우주는 138억 년의 시간 속에서, 지구는 46억 년의 진화 속에서, 그리고 인간은 고작 100년 남짓한 생애 속에서 그렇게 공존과 관조의 법칙을 반복해 왔다. 자연은 자기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질서를 통해 말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공동체 안에서 나를 새롭게 정의한다.


이처럼 멀리서 보는 법, 전체를 조망하는 법, 그리고 타인을 통해 나를 비추는 삶의 자세는 단지 우주를 향한 시선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철학이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거대한 조각가자리 은하처럼 서로의 시야 속에서 비로소 존재하는 별빛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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