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잡이가 된 사연

by Lohengrin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면서 오른손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불현듯 닥쳐왔다. "어라! 나는 원래 왼손잡이인데 왼손을 안 쓰고 오른손을 쓰고 있네!"


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쪽 손을 더 자주, 더 편하게 사용하게 된다. 이를 ‘오른손잡이’ 혹은 ‘왼손잡이’라 부른다. 오른손잡이는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고, 왼손잡이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단순한 비율 뒤에는 신경과학, 유전학, 문화사, 심리학 등 수많은 학문이 얽힌 복합적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는 ‘양손잡이’가 된 나의 삶도 섞여 있다.


나는 원래 왼손잡이였는데 지금은 양손잡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아이들이 왼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반감이 거의 없지만 지금 50-60대 정도 나이의 세대가 어릴 때만 해도 왼손 사용은 거의 금기에 가까웠다. 특히 밥상머리에서 왼손으로 밥을 먹는 것은 예의도 없고 못난 놈 취급을 받았다. 나도 어려서 왼손으로 숟가락질한다고 혼나고 맞아가며 오른손을 썼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흐르며 시대는 변했다. 이제는 식탁에서 왼손에 숟가락을 들든 젓가락을 들든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왼손에 숟가락, 오른손에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마치 서양에서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나이프를 쥐고 식사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세상이 조금은 너그러워졌고, 나도 그렇게 더 자연스러운 손의 쓰임을 되찾았다.


하지만 양손을 다 쓴다는 것이 단순히 밥상에서만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공을 던지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나 힘을 써야 하는 행위 때는 왼손을 쓴다. 왼팔의 힘이 오른팔보다 더 강하고, 더 정확하다. 반대로 글을 쓰거나 가위질 같은 정교함이 필요한 작업은 오른손으로 한다. 다만 도구를 쓸데는 처음 사용할 때 어느 손으로 시작했느냐에 따라 방향이 정해진다. 가위질은 오른손으로 하지만 칼질은 왼손으로 한다. 운동을 할 때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골프, 당구, 탁구, 테니스 등 공을 칠 때 도구가 필요한 운동은 모두 처음 시작할 때 어느 손에 도구를 잡고 쳤느냐에 따라 다르다. 지금도 골프는 오른손잡이 방향으로 치지만 볼링을 칠 때는 왼손을 쓴다. 그렇다고 방향을 바꿔 잡으면 아예 못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방향을 바꿔 치면 처음엔 조금 어색하지만 금방 적응한다. 주로 쓰는 방향보다 정교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양손을 쓰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있다. 당구다. 당구대가 사각형이다 보니 오른손잡이에게 사각지대가 있다. 당구채를 등뒤로 돌려 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왼손을 쓰면 아주 쉽게 칠 수 있다. 왼손잡이에게는 반대의 경우가 생긴다.

축구에서도 양발을 잘 쓰는 선수는 전술적으로 유리하다. 손흥민 선수가 대표적인 예다. 야구에는 양쪽 타석을 오가는 ‘스위치히터’가 있다. 몸의 좌우 균형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손의 사용은 단순히 개인의 습관이나 취향을 넘어서, 신체 활용성과도 직결된다. 심지어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이러한 경향은 관찰된다. 개나 고양이, 원숭이, 심지어 물고기에서도 오른쪽 혹은 왼쪽을 더 자주 사용하는 ‘손잡이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유전적 요인, 특히 뇌의 좌우 반구 중 어느 쪽이 더 활성화되어 있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인간의 대뇌는 좌우로 나뉘어 있고, 보통 왼쪽 뇌는 언어와 논리, 오른쪽 뇌는 공간 인식과 창의적 사고를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왼손은 오른쪽 뇌와 연결되어 있고, 오른손은 왼쪽 뇌와 연결된다. 이러한 구조는 손잡이의 형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근력 테스트를 해보면 자주 사용하는 쪽의 손과 팔이 확연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많이 쓰는 쪽의 근육이 더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근육뿐만 아니라 ‘감각의 섬세함’도 손의 사용 빈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손의 쓰임은 힘과 섬세함이라는 서로 다른 능력을 양분한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역사적으로 오래 지속되었다. 서양에서도 ‘left’라는 단어는 ‘부정확한, 서툰’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sinister에서 유래했고, ‘오른쪽(right)’은 ‘옳은(right)’과 동음이의어다. 동서양 모두에서 왼쪽은 어딘가 불길하고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졌고, 이는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으로 이어졌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그런 시선과 싸워야 했고, 어느새 양손잡이가 되었다.


나는 유전적으로 왼손잡이였으나 후천적으로 오른쪽을 강화해 양손잡이가 되었다. 억지로 오른손을 쓰게 되었던 그 경험 덕분에 나는 ‘양손잡이’라는 유연함을 갖게 되었고, 그 유연함은 삶의 여러 순간에 오히려 편리함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왼손잡이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노트에 글을 쓸 때 불편하다, 도구가 오른손잡이용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회 시스템이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 말도 맞다. 그러나 이런 미묘한 불편함이 오히려 기발한 발상과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테슬라,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이 모두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혹은 양손잡이든, 그것은 단지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그것은 잘못도 아니고, 고쳐야 할 결함도 아니다. 단지 다를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손을 쓸 권리가 있다. 그 다양성을 인정할 때, 더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나에게 주어진 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의 자세일 것이다. 오른손의 정교한 놀림 덕분에 치아가 깨끗해지고 입안이 개운해졌다. 그렇게 사는 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근사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