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치의 삶

by Lohengrin

세상에 완벽은 없다. 완벽하다는 것은 변화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고, 변화가 없다는 것은 곧 정지된 상태, 정체 그 자체다. 우주 만물이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대칭이 깨진 '불완전성' 때문이다. 이 세계는 끊임없이 어그러지고 틀어지고 깨어지며, 그 어긋남의 방향을 따라 질서가 생기고 이야기가 태어난다.


완벽한 대칭은 파문 없는 고요한 호수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 위에 구름이 반사되어 그야말로 거울처럼 풍경을 담고 있어 그 순간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정적, 그 자체일 뿐이다. 그 호수가 바람에 일렁일 때 비로소 변화가 감지된다. 수면 위의 그림은 일그러지고 왜곡되지만, 바로 그 일그러짐을 통해 우리는 ‘현상’을 인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삶이다. 우리는 항상 완벽에 가까운 어떤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사고, 지식, 경험, 감정 등은 완벽에 도달하지 못한 '근사치'들의 집합일 뿐이다. 그러나 이 근사치를 향한 방향성, 이 추구의 행위 자체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살아 있게 만든다.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사유하고,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현대 과학은 자연을 디지털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0과 1, 유무의 논리다. 이진수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는 명확하고, 오차 없이 계산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자연 그 자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1'이라고 부르는 존재의 확정도 실제로는 근사치다.


물리학에서 뉴턴의 고전 역학은 오랫동안 세계를 설명해 왔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며 우리는 깨달았다. 고전 역학은 완벽한 법칙이 아니라,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에 한정된 ‘근사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도 더 넓은 틀에서 보면 하나의 해석, 하나의 모형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러한 ‘근사치적 인식’은 인간 존재의 인식 구조 자체를 설명해 준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 하나의 관점을 통해, 근사적으로 해석해 나갈 뿐이다. 우리가 보는 색깔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심지어 우리가 말하는 언어조차도 모두 필터링되고, 단순화되고, 축소된 결과다.


만약 이 세계가 완벽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해라는 행위 자체가 ‘차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차이가 없으면 비교할 수 없고, 비교할 수 없으면 이해도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대칭, 완벽한 정답, 완벽한 정의는 모든 다양성을 말살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해석’을 시도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세계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음악이란 없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그 불완전한 감정의 진동 때문이다. 시는 완벽한 의미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감정을 교차시키며 공명하는 통로다. 우리가 시를 읽고 울 수 있는 건,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불완전함은 오히려 창조와 감정과 이해의 조건이 된다.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표현하고, 소통하고, 연결된다.


인간은 1이라는 상태에 도달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0.999... 의 세계에 머문다. 하지만 바로 그 0.999...라는 값이 '1에 가까워지려는' 방향성을 품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수학적으로는 0.999... = 1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나 존재론적으로 우리는 이 ‘거의’라는 표현 속에 인간적인 진심을 담는다.


인간은 근사치로 세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왜 그렇게 되었어?"라고 물어봐야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되어 버렸고 그렇게 일어났을 뿐이고 인간은 그 안에 있을 뿐이다. 우연의 확률, 그 근사치의 세계 속에서 1에 가깝게 가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는 상태, 그것을 산다고 하고 존재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방향’을 만들어 가는 존재다. 완벽함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삶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하나의 이상점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해지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한 우리의 매일매일의 작은 사유와 행동, 실수와 성찰, 만남과 오해,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삶을 구성한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인간은 사유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은 위대하다. 바로 그 ‘결핍의 여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되기보다는, 더 나은 근사치의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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