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테스트를 해 보다

by Lohengrin

인터넷 검색을 하여 '경도인지장애 자가테스트 설문지'를 찾아 표시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야 합니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전문적인 검사 및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요합니다"라는 의견을 줍니다. 확 겁이 납니다.


물론 설문지 테스트가 두리뭉실한 질문을 던지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체크하게 만들어,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야 한다'라고 경고를 주니 뜨끔하긴 합니다.

스크린샷 2025-07-22 074811.png 소울한의원 자가진단 테스트 화올

경도인지장애 자가테스트를 해본 이유는 이번 달 들어 블루투스 이어폰과 관련된 두 건의 사건이 겹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한 건은 이번 달 초 친구들 모임을 가는 와중에 귀에 이어폰을 끼고도 다시 이어폰 케이스를 꺼내 비어있다고 집에 전화를 해서 묻는 과정에 귀에 꽂혀 있음을 알고 당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이어서 지난 주말 아침 조깅을 하고 돌아와 운동복을 벗고 샤워를 하는데 "아이코! 운동복 바지에 블루투스 이어폰 들어있는데" 생각이 났습니다. 샤워실 밖에 벗어놓은 운동복은 이미 와이프가 수거하여 세탁기 안을 돌고 있었습니다. 세탁기를 멈추라고 하고 운동복 주머니를 뒤져보니 역시나 하얀 이어폰 두 개가 들어있습니다. 일단 물기를 털고 이어폰이 작동하는지 귀에 꽂아봅니다. 왼쪽은 아예 먹통이고 오른쪽 이어폰만 음량이 작게 들립니다. 허탈해집니다.


이 블루투스 이어폰은 산지가 5년 정도는 된 듯합니다. 지난 주말 이전에도 3년 전인가 운동복에 넣어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역시 세탁기 안에서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행히 음량 기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그대로 사용해 오던 터였습니다.


벌써 이 이어폰과 세 번의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새로 사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이렇게 주머니에 넣어 놓거나 귀에 꽂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까먹고 있었다는 상황이 더 당혹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경도인지장애 자가테스트를 해 본 것입니다.


나름 정년퇴직하고 멍청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 공부를 하고 있은지도 얼추 15년이나 되고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며 근력운동 유산소 운동도 하고 있고 주말이면 10km씩 조깅을 한지도 25년이 넘었습니다. 이만하면 정말 노후 건강 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끔씩 이런 돌발적인 건망증과 마주하면 속수무책이 되는 것 같아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뭐 주변에 이야기 들어보면 이어폰을 세탁기 돌린 사건 같은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만 막상 그 상황에 놓여보면 잠깐잠깐이기는 하지만 상실감이 밀려옵니다.


다행히 새로운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이 사연을 들은 처형이 마침 휴대폰을 갤럭시에서 아이폰을 바꾸느라 쓰지 않는 갤럭시 버즈 2프로가 있다고 해서 전달받았습니다. 새옹지마이긴 하지만 물건보다 상황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나이 듦'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그런 모양입니다.


가끔 이런 상황과 마주하면 "운동해 봐야 헛빵이야!" "공부하면 뭐 해. 다 까먹는데" 정도의 회의감이 밀려오지만 "그거라도 안 했으면 이미 요양원에 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세상이 어디 한 가지 이유와 요인으로 생겨나고 하겠습니까.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얽히고설켜 만들어지는 것이니 그 미세한 속도에 잠시 주춤거림이 있다한들 대수이겠습니까. 그렇게 가끔 잊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한 듯 지나쳐가는 게 삶일 텐데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최면을 걸어봅니다.


그래도 옆에 놓인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면 찝찝함을 떨쳐낼 수가 없네요. 이런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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