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본질은 '움직임'이다. 우주의 시작인 빅뱅도 한 점에서 에너지가 터져 나오는 움직임이고 더위와 추위의 계절도 행성의 움직임으로 비롯된 현상이다.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들의 진동과 회전, 궤도 운동은 물론, 별과 은하의 팽창까지도 ‘움직임’의 스펙트럼 안에 들어 있다. 생명체는 이 거대한 움직임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리고 인간은 그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움직임의 형식을 구현하는 존재다. 그 움직임의 본질은 ‘행동’이며, 삶은 곧 움직이는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단언컨대 그것은 ‘움직임’이다.
우리는 흔히 생명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움직이는가’ ‘움직이지 않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가늠할 때 맥박과 호흡, 심장의 박동과 눈동자의 흔들림처럼 작은 움직임의 유무를 살핀다. 식물조차 햇빛을 따라 방향을 틀고 뿌리를 뻗는다. 인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눈을 뜨고, 손을 들고, 발을 내딛는 모든 행위는 생존의 조건이자 증거다. 다시 말해, 움직임은 곧 살아있다는 선언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된 일상의 루틴—침대에서 일어나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출근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움직임의 연쇄다. 단순히 육체의 움직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감정, 생각, 의지의 변화도 모두 ‘움직임’의 다른 얼굴이다. 뇌에서 벌어지는 생각이란 것은 수많은 화학적 이온이 전기신호를 통해 전달되는 생물학적 움직임의 총합에 불과하다.
이처럼 ‘살아있음’이란 곧 ‘움직이고 있음’이다. 생명은 정지된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생명체가 가만히 있는 듯 보여도 그 속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세포와 에너지가 끊임없이 흐르고 작동하고 있다. 멈추는 순간, 그 생명은 죽는다. 그래서 생물학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삶은 정지의 반대편에 있다.
그렇다면 이 움직임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움직임은 본질적으로 방향성을 갖는다. 방향이란 곧 의지와 목표의 상징이다. 방향이 없다면 그것은 흘러가는 것이고, 표류하는 것이다. 인간은 단순히 떠밀려 가는 존재가 아니라, 목적지로 향하는 존재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어야 움직임은 의미를 가진다. 그 방향은 정답이 없다. 누구도 대신 정해줄 수 없다. 각자가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이 곧 인생의 경로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움직이지 않음'도 일종의 선택된 행동이라는 사실이다. 멈춘다는 것, 주저한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 역시 무(無)의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적극적인 움직임의 양식이다. 단지 그것이 외형적으로 덜 보일 뿐이다. 마치 물속에 가라앉은 유영처럼, 내면에서는 치열한 고민과 사고의 흐름이 오히려 격렬할 수 있다. 그러니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보다 나은 움직임’, ‘의미 있는 행동’이다.
중요한 건 시작이다. 움직임은 작더라도 시작에서 비롯된다. 방향은 애초에 정해져 있지 않아도 된다. 우주를 운행하는 별조차 정확한 직선이 아니라 궤도를 그리며 움직인다. 가다가 고치고, 돌아보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방향을 정하려 하지 말고, 일단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뻗는 그 순간, 발을 디디는 그 찰나에 이미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기회는 지나간다. '움직일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인생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어떤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커다란 진보나 성공, 깨달음은 모두 그 시작점에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품고 있다. 손끝 하나, 눈빛 하나, 발걸음 하나가 전체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살아있다는 건 바로 그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움직여야 한다. 보고, 하고, 가야 한다. 가자, 하자, 보자. 그것이 삶의 원형이다.
움직임은 단지 목표지향적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생리학적으로도 인간은 움직여야 한다. 신체 건강은 정지된 삶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혈액순환, 근육의 탄력, 장기의 기능 모두가 ‘움직임’에 의해 유지된다. 운동을 한다는 것은 단지 체력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다. 결국 ‘내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것이 인간 존엄의 물리적 기반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움직임의 중요성을 더 절감한다. 단순히 어딘가로 이동하는 능력뿐 아니라, 일상의 자율성과 판단력도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몸이 굳으면 마음도 닫힌다. 신체의 유연함은 곧 사고의 유연함이고, 열린 삶에의 태도다. 움직인다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이며, 타인과의 연결이고,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한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는 아주 작고 미세한 움직임들이 모인 총체다.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는 것도, 타인을 향해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딘가를 향해 마음을 여는 것도 모두 움직임이다. 그 수많은 움직임이 모여 나를 이루고, 우리가 되고, 세상을 만들어간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움직이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숨 쉬는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또 움직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뇌세포가 반응하고 눈동자가 흔들리고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자. 일단 움직이자. 가자. 하자. 보자. 그 모든 시작은 ‘움직임’이라는 이름의 생명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