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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20. 2020

여름 대표 소리의 사라짐? 아직?

올여름 들어 매미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아직 매미소리를 못 들어 봤습니다. 매일 쓰는 아침 글이라 혹시나 하여 작년 이맘때 글을 되돌려 봅니다. 작년에는 7월 18일 아침 글에 매미에 관해 언급을 했더군요. 날짜상으로는 이틀 상관이지만 이미 작년 이맘때에는 매미가 존재를 드러냈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그 흔적을 나타내고 있지 않습니다. 저 혼자만 못 듣고 있는 건가요?


매미의 등장을 위해서는 이 장마가 지나고 여름의 절정으로 치달을 때까지 며칠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지난해보다 평균 대기온도가 낮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작년 이맘때도 그리 덥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도 습도도 별로 없어 그늘에 들어서면 그래도 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 대기 온도가 매미가 활개를 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장마가 늦게 와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아니 서울이 아닌 남녘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매미가 득세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매미가 연주를 한다는 것은 대기온도가 28도를 넘어섰다는 뜻이고 이 뜻은 본격적인 여름의 절정기에 들어섰다는 소리의 전달입니다. 계절마다 대표하는 소리가 있지만 여름은 바로 이 매미소리가 대표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절기상으로 이미 소서를 지나고 초복도 지나 당장 모레면 대서, 그리고 일요일이면 중복이 기다리고 있는 여름의 절정을 향해 감에도 매미 소리는 감감무소식입니다.


매미들도 대기 온도에 따라 연주하는 놈들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말매미의 경우가 그렇답니다. 말매미는 기온이 28-29도가 되어야 연주를 시작한답니다. 반면 참매미는 꼭 온도에 얽매이지 않고 조명이 밝거나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연주를 하여 시끄럽게 한답니다.  연주 노랫소리도 다릅니다. 참매미는 맴맴맴 하고 울고 말매미는 치르르하고 소리를 냅니다.


매미소리가 한번 들리기 시작하면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집단으로 시끄러울 정도로 노래를 해댑니다. 매미의 집단 우화, 역시 매미의 생존방법이자 종족번식의 진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매미 한 마리가 혼자만 탈피를 하고 노래를 불러댔다면 해봤자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다른 경쟁자나 배우자가 아직 탈피를 덜 끝냈을 테니 말입니다. 짧은 시차를 두고 한꺼번에 세상에 등장하면 그만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짝짓기 할 대상도 많아지고 새에게 잡아 먹혀도 개체수가 많으니 종족번식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성충으로 사는 2주 정도의 삶은, 짧으면 짧은 시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종족번식의 장대한 과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갑자기 매미는 무얼 먹고사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매미 입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재빨리 검색을 해봅니다. 매미는 성충일 때 파리 같은 뾰족한 입을 통해 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산답니다. 입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에너지를 흡수하는 곳이니 입이 있다고 칭해도 될 것 같습니다.

5~7년을 땅 속에서 유충으로 변태를 여러 차례 하다 드디어 땅으로 올라와 태양빛의 세상을 만나는 매미의 삶을 인간의 표현으로 "인고의 세월 후에 맞이하는 광명의 시간"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땅속에서의 긴 세월 동안도 나무뿌리 수액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 왔고 땅속에서 후손 번식을 위한 교미 행위가 어려우니 지상으로 올라와 최후의 2주를 보내며 맹렬히 배우자를 물색합니다. 귀가 따갑도록 공명통을 울려 배우자를 찾을만합니다. 소리가 시끄러울수록 그만큼 간절하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합니다. 


그런데 소리를 내는 놈들은 모두 수컷입니다. 배우자를 찾는 데 있어 소리 큰 놈이 암컷들의 관심을 더 받아 왔기에 자연 진화한 것입니다. 도심에 사는 매미들의 노랫소리는 소음 공해로 인해, 시골에 사는 매미보다 노랫소리가 더 크다고 합니다. 도시의 소음을 이겨내고 소리를 암컷에게 전달해야 간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에 철저히 적응하는 것이 자연 생태계의 모습입니다.


자연의 온도가 허락할 때까지 진득이 기다리는 매미의 끈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기다릴 뿐 사라진 것이 아님을 곧 증명할 테니까요.


정말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닐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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