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깔끔하고 속은 품위가 있어야 한다

by Lohengrin

외모(外貌, appearance)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뜻한다. 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총체적인 인상이 바로 외모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외모와 관련된 일화, 속담, 격언은 수도 없이 많다. 대부분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독교 성경에도 이와 같은 가르침이 등장한다. 야고보서 2장 1절에서 4절에는 “내 형제들아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금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에게 좋은 자리를 내주고, 가난한 이에게는 발치에 앉으라 하면 너희끼리 서로 구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 즉, 화려한 겉모습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구분하는 것은 곧 악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외모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 중에는 스탠퍼드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1880년대 허름한 옷차림의 노부부가 하버드대학을 찾아가 총장을 만나고자 했으나, 경비원은 그들을 무시하며 “총장님이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다”며 쫓아냈다. 사실 이 노부부는 금광과 철도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재벌이었고, 아들이 요절하자 전 재산을 교육사업에 기부하려고 하버드를 찾았던 것이다. 냉대 끝에 발길을 돌린 그들은 직접 대학을 세웠고, 그것이 오늘날 세계 명문으로 꼽히는 ‘스탠퍼드 대학’이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가볍게 여긴 결과, 하버드는 세계적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굳이 성경이나 역사적 일화를 들지 않아도, 우리는 일상에서 외모지상주의의 민낯을 자주 목격한다. 예컨대, 특급호텔이나 골프장에 경차를 몰고 가면 차 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발레 주차를 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옷차림이나 차종 같은 외적 요소만으로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품위를 재단하는 모습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가득하다.

일반적으로 외모는 두 가지 차원에서 평가된다. 첫째는 옷차림과 겉모습이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경제력, 심지어 인격적 품위까지도 반영된다고 여겨진다. 둘째는 신체 관리 상태다. 건강한 몸매, 단정한 헤어스타일, 깨끗한 피부는 그 사람이 자기 관리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외모는 사회적 이미지와 개인적 관리 능력을 동시에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그러나 외모가 곧 그 사람의 전부일 수는 없다. 내면은 외모로 다 드러나지 않는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빈약한 경우가 많고 겉은 허름하지만 속에 품위를 감추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물취이모(勿取以貌)”라 했다.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외모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외모 관리의 중요성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 여기서 말하는 관리란 성형수술이나 과한 치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기본적인 단정함과 품위다. 외모란 단순히 얼굴 생김새가 아니라, 풍기는 냄새와 말투, 동작, 태도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인상이다.


예를 들어, 근육질 몸매에 세련된 옷차림을 한 사람이 대화할 때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풍긴다면 그 외모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식사 자리에서 쩝쩝거리며 음식을 먹거나 옷에 국물을 흘리면, 아무리 잘 차려입었더라도 교양과 품위를 의심받게 된다. 결국 외모 관리란 겉모습의 꾸밈뿐 아니라 생활 습관과 매너까지 포함한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불쾌한 ‘노인 냄새’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출 전 샤워를 하고, 은은한 향수로 마무리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땀에 젖은 등산복에서 풍기는 냄새만큼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외모 관리란 남을 위한 배려이자,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의 표현이다.


억지로 금팔찌나 사치스러운 장신구로 자신을 과시할 필요는 없다. 과한 치장은 오히려 가볍고 촌스럽게 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자연스러운 호감을 형성하는 정도의 관리다. 그조차도 꾸준히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외모를 통해 드러나는 내면의 품격은 은은한 후광처럼 풍기는 것이지, 억지로 치장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외모는 내면과 맞물려야 빛을 발한다. 나이가 들어 겉모습만 번드르르한 ‘기생오라비’ 같은 인상은 오히려 초라하다. 겉모습의 멋은 내면의 깊이가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진정한 품격은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룰 때 드러나며, 그 조화야말로 나이 들어도 빛나는 사람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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