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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30. 2020

내 안의 바다

예전 같으면 여름휴가의 절정인 시즌일 텐데요. 장마가 펼쳐놓은 물의 세상을 지나오느라 더위를 피하러 떠나는 휴가는 잊혀 버린 듯합니다. 이렇게 2~3주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찬바람 불기 시작할 텐데 여름을 잊은 한 해가 될까 은근 걱정입니다. 아니 계절이 달력을 뒤로 미루고 있는 걸까요? 무더위의 시작이 8월부터 전개되어 9월 말까지로 말입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변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이상기후로 인해 누구도 예측할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빈발하고 있으니 이젠 계절을 미루어 짐작할 수조차 없게 된 듯합니다. 그래도 장마 속에서도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계절의 온도는 이미 상당히 높아져 있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어지는 무더위는 체온보다도 높은 기온으로 사람을 무기력하게 할 겁니다. 계곡 물소리 요란한 산이나 바람 시원한 푸른 바다로 휴가의 발길을 조심스럽게 옮겨보시죠. 코로나 19를 피해 그나마 조용한 곳이 어디 있을지 잘 살펴서 말입니다.


사실 똥배 나올 나이가 되면 햇살 찬란한 해수욕장보다는 시원한 그늘과 물이 있는 계곡이 더 좋아지긴 합니다. 

똥배를 가릴 필요성은 차치하고 선 블락 크림 짙게 바르고 발에 묻어나는 모래 때문에 게으름이 덕지덕지 붙은 중년들에게는 해수욕장은 기피대상으로 변해가는 게 현실입니다. 바다에 뛰어들기보다는 해안가 리조트 수영장에서 즐기고 해변은 단지 산책하고 저녁에 시원한 바닷바람 쐬는 곳이면 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면 분명 꼰대가 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름 해변은 젊음이 차지하는 것이 맞습니다.

바다를 떠올리다 갑자기 바닷물과 혈액의 구성성분이 같다는 점이 떠오릅니다. 바닷물을 구성하고 있는 염소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칼륨 중탄소 이온 그리고 기타 원소는 우리 핼액속 구성 성분과 똑같습니다. 물론 형태는 완전히 다릅니다. 혈액은 혈장 55%와 혈구 45%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혈장은 물 92%, 단백질 7%, 기타 1%입니다. 각 구성 성분이 차지히고 있는 비율만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지구 생명의 역사가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인간의 역사도 엄마 자궁의 양수 속임을 안다면 그렇게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엄마의 양수는 태고의 바다인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면 무조건 좋은 것인 량 생각을 하고 그대로 믿게 됩니다. 더구나 자신이 그동안 모르고 접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게 되면 일종의 맹신과 같은 추종이 따르게 됩니다. 좀 더 안다는 것은 결국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인데, 호모 사피엔스로 오면서는 생존보다는 지식과 지혜의 확장으로 인한 자기만족의 형태로 변형되었습니다.


"바닷물의 구성성분과 혈액의 구성성분이 같다고 한들, 사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데?"라고 질문을 던지면 삶의 의미엔 아무런 영향을 주질 않는 것으로 결론 납니다. 내가 숨 쉬고 밥 먹고 잠자는 것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본질을 계속 주시하다 보면 우리의 삶이 한치도 바닷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닐 슈빈이 쓴 '내 안의 물고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 인체의 모든 기관들이 물고기 기관과 동일하거나 거기서 진화한 흔적을 찾을 수 있어 결국 물에서 육지로 올라온 동물임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믿는 단편의 연속만 생각합니다. 46억 년의 장구한 길이를 감히 생각과 연관 지을 수 없었기에 그렇습니다. 아니 생각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고 형성되는지조차 질문해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어로 표현되면 이미 그 의미와 본질을 잃어버린다는 뜻을 이해하는데 무수한 시간과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분에 5리터의 혈액이 나의 심장을 지나가고 나의 심장은 오늘 하루에만 10만 번 박동할 겁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혈액을 통해 들어온 산소를 통해 포도당을 분해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를 만들고 ATP 1 분자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가만히 호흡을 주시하면 생명의 꿈틀거림이 생생히 전해집니다. 피부 밑 혈관을 통해 흐르는 태고의 바닷물 소리가 들립니다. 멀리 파도 찰랑이는 바닷가를 찾아갈 필요도 없이 내 몸에 이미 바다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보다 더 넓은 바다가 어디에 있으며 이보다 더 깊은 바다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세상의 흐름을 따라, 더위를 피해 떠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면 심연이 내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호흡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숨을 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보게 되면 한 숨 한 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됩니다. 지구 생명의 역사가 내 안에 있고 그 진화 과정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우리 각각은 존재 자체로 바로 우주 생명 역사의 증인이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소중한지요. 땀 흘리는 이 현상까지도 얼마나 가슴 벅찬 감동인지요. 모든 것이 살아있음의 징표입니다. 존재란 그런 것입니다. 이 더위를 이겨내고 버텨내야 할 충분한 이유인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스럽긴 할 텐데 그래도 잠시나마 다가올 무더위를 피해 조심조심 계곡과 해변으로 다녀오셔야 또 한 계절을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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