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도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by Lohengrin

2026년이다, 새해다 하면서 시작한 시간의 굴레가 벌써 숫자로는 한 달여 지나고 있습니다. 활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쏜살같이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긴 하지만, 지나고 나서 뒤돌아보기에 그렇게 느낄 뿐입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현재 현실에 충실했다면 흐르는 시간이 그렇게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을 겁니다. 시간은 '인간이 자연에 선을 긋고 숫자를 부여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주에 시간을 의식하고 사는 유일한 존재는 호모사피엔스 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시간에 얽매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아독존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자연에 그어놓은 선을 넘어 우주밖에 위성을 띄워 GPS로 시간의 엄밀함을 만들고 위치 좌표를 찍습니다. 이 정밀한 시간의 선긋기가 세상을 움직이고 이끌어가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시간을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한 세상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 촘촘한 시간의 세분 속에서 지나온 한 달여는 어떻게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흘러가고 있습니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시간표에 적힌 대로 잘 흘러가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심삼일로 끝내고 맙니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한편으로는 작심삼일에 머무는 이유가, 계획한 대로 하지 않아도 일상을 사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안 해도 살 수 있는데 굳이 계획을 하고 버킷리스트처럼 써서 '올해 반드시 해야 할 일 10가지'를 책상 앞에 붙여놓기도 했을 겁니다.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의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인장을 박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다부지게 결심을 했는데도 실천이 잘 안 되지요?


어영부영 살아도 살아지는 게 삶이라는 게 문제인 듯합니다. 그렇다고 매일 긴장하며 오늘은 무엇을 해내야지 하고 점검하는 것도 못할 짓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사는 데 있어서도 '약간의 긴장과 약간의 여유와 약간의 허술함'이 함께 섞여 돌아가는 듯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뭐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뒤돌아보며 후회하기도 하고 빙그레 미소 짓기도 하는 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대나무 마디처럼, 해가 바뀌면 큰 얼개를 만들고,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몇 개 얹어 놓습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자 방향을 잡는 일입니다.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게 미래라는 시간이지만, 그 불안을 떨쳐내는 것이 예측이고 전망이고 방향이기에 그렇습니다.

저는 신년초에 쓴 올해의 계획표를 백지로 남겨놨습니다. 닥치는 대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해 보자는, 어찌 보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강한 의지력의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포기가 아니고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결심이기도 하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2026년이 시작되고 한 달여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조급함과 초조함으로 버텨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의 자괴감 같은 것이 듭니다. 그렇다고 자책하거나 우울함이 압도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그저 뭔가 찝찝한 기분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간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지나고 난 것을 뒤돌아봐야 소용없는 짓임을 잘 압니다. 그래도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위해 지난 시간을 뒤돌아봐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변화의 근거가 과거의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시간의 무한궤도를 걷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길이긴 합니다만 그 시간의 길을 걷는 동안 휠체어가 아닌 내 두 발로 끝까지 걷기를 다들 바랄 겁니다. 세상 사는 일, 따지고 보면 별거 없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걸어가는 일입니다. 중간에 잠시 쉬며 땀을 훔치고, 나무등걸에 앉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들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을 일입니다. 그 잠시의 여유동안 미소 지을 수 있으면 그것이 시간의 길에 놓인 충전소였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시간에 끌려가지 않을 용기. 그것이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가 되는 길입니다. 신은 신화 속에 있는 게 아니고 내 안에 살아있습니다. 시간을 관장하는 내가 곧 크로노스입니다. 시간의 화살을 쏠 것인지, 맞을 것인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부딪혀 해보는 자신감과 실행력이 시간을 이기는 전사의 용기입니다. 별거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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