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은 책 속에 있지 않다

by Lohengrin

"인터넷으로 모든 수영하는 법을 익혀도 결코 물에 뜰 순 없다."


현실세계의 물리법칙을 텍스트로 익혀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말할 때, 예로 드는 문장이다. 우리가 아무리 정교한 텍스트로 부력의 원리를 설명하고 팔의 각도를 기하학적으로 분석해도, 실제 물속에서 몸이 느끼는 수압과 미세한 균형의 감각은 활자 너머의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지능 열풍의 중심에 있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그리고 글록은 인류가 쌓아온 텍스트의 바다를 유영하는 ‘언어의 천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바로 현실 세계를 지배하는 '물리 법칙'을 몸소 겪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언어라는 추상의 세계에 갇힌 이들은, 사과가 떨어지고 바람이 부는 지극히 당연한 물리 현상의 ‘질감’을 알지 못한다.


물리 현상이란 거대 우주와 지구라는 광활한 공간 속에서 중력과 상호작용하며 벌어지는 사건의 총합이다. 우리 인간은 137억 년 우주의 시간 속에서 46억 년 지구의 나이를 건너 '생명'이라는 신비로운 존재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5억 5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생명의 대폭발로 등장한 다양한 다세포 생물들의 기묘한 형태 속에도, 그 유구한 세월을 버텨낸 물리 법칙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우리가 지금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걷고, 뛰고, 사물을 쥐는 모든 행동 속에는 그 수억 년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생명 존재 하나하나가 물리법칙을 이겨내고 적응하며 얻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간의 지능은 신체라는 물리적 기반 위에서 생존을 위해 발달했다.


반면, 이제 막 등장한 ‘피지컬 AI’는 지구 생명의 나이로 환산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신생아다. 세상의 물리 법칙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해 스스로 몸을 뒤집거나 일어서지도 못하는 단계여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신생아가 벌써 '피지컬 AI'라는 이름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 급격한 시간의 축소가 주는 경외감은 때로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가 xAI와 스페이스 X의 전략적 통합을 서두르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AI를 언어라는 감옥에서 끄집어내 중력, 마찰, 열역학이 지배하는 '진짜 세상'으로 던져 넣으려 한다.


기존 AI 플랫폼에 "로켓 엔진이 과열될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으면 수만 편의 논문을 짜깁기한 모범 답안을 내놓지만,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엔진의 미세한 떨림이나 수천 도의 고열을 견디는 장비들의 뒤틀림 같은 데이터는 학습할 수 없다. 스페이스 X는 재활용 로켓을 쏘아 올리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수천 개의 센서를 통해 이 '독점적 물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한다.

xAI의 글록이 이 데이터를 수혈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의 확률적 조합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 '다음에 벌어질 물리적 현상'을 예측하는 지능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일론 머스크는 이를 '현실 세계 AI(Real World AI)'라 부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피지컬 AI를 예고했지만, 일론 머스크는 칩(Chip)을 파는 단계를 넘어 스페이스 X를 통한 우주와 테슬라 자율주행차를 통한 도로의 데이터를 통합해 자율주행차-로켓-로봇을 잇는 독보적인 '지능 스택'을 구축하려 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게 절실한 것은 유창한 말솜씨가 아니다. 컵을 쥘 때의 마찰력이나 계단을 오를 때의 무게중심 이동처럼 물리 환경을 제어하는 '신체적 지능'이다. 로켓의 연소 불안정을 계산하던 지능이 로봇의 관절 제어 시스템으로 이식될 때, AI는 비로소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대체할 실체적 존재가 된다.


일론 머스크의 야심은 지구를 넘어 우주 궤도 위의 '우주 데이터센터'로 향한다. 지상의 전력난과 환경 규제를 피해 태양광 수급이 자유로운 우주를 AI 훈련 기지로 낙점한 것이다. 진공 상태에서의 냉각 문제라는 난제가 있지만, 그는 우주셔틀 스타십을 활용해 거대 냉각 시스템을 궤도에 올리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려 한다. 우주가 단순히 통로가 아니라 거대한 '연산 기지'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1%의 미친 천재들이 99%의 세상을 바꾸고 있다.


향후 AI의 패권은 "누가 말을 더 예쁘게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현실의 물리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움직임으로 드러낼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거대 플랫폼들이 데이터센터 안에서 텍스트의 바다를 탐험할 때, 일론 머스크는 우주 궤도와 아스팔트 위에서 물리 법칙의 실체를 캐내고 있다. 차원이 다른 데이터 전쟁이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AI가 물속에서 스스로 뜰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5억 년 넘는 생명의 진화 시간을 단 몇 년으로 압축하려는 이 무모한 실험의 성공에 눈앞에 다가와 있다. 비로소 '몸을 가진 인공지능'과 손잡고 걷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은 이제 길어야 5년 남짓 남았을지 모른다. 우리가 수억 년 걸려 터득한 '물에 뜨는 감각'을 AI가 5년 만에 체화하는 순간, 인류는 전혀 다른 문명의 문턱을 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가슴 설레는 일로 받아들일지, 공포로 받아들일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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