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시간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능력

by Lohengrin

우리는 흔히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착각입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의 흐름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관찰자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우주의 원리를 증명했습니다. 이 원리는 비단 거대 우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개개인이 살아내는 삶의 궤적 안에서도 시간은 각기 다른 속도로 흐릅니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정량적(Quantitative) 흐름과 마음이 느끼는 정성적(Qualitative) 시간 사이에는 깊은 골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종종 시계의 숫자로 마음의 숫자를 재려 하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그러나 삶을 가장 잘 살고 있다는 증거는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하루의 시간은 쏜살같이 빨리 가고, 한 달과 1년의 시간은 오히려 천천히 간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삶의 지표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가장 건강한 신호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시간의 상대성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누구는 유독 빨리 늙고, 누구는 세월의 풍파를 비껴간 듯 청년의 기색을 유지합니다. 생물학적 노화의 속도 차이는 개인의 관리와 노력에 따라 결정됩니다. 피부의 시간을 늦추기 위해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고, 의학적 시술의 도움을 받으며,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력을 키우는 행위는 외모에 흐르는 물리적 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분투입니다.

하지만 외면의 시간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의식의 시간입니다.


저에게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니고 22시간으로 흐릅니다. 두 시간 정도의 공백이 있습니다. 비어있는 두 시간의 공백은 미래를 당겨서 없앤 것이 아니라, 시간을 늦춰서 사라진 백지의 시간입니다. 이 사라진 시간의 간격은 30분 단위로 늦췄다 당겼다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글 쓰는 시간의 '몰입'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나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작업을 하다 보니 꼬박 밤을 새웠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저에게 시간의 타임머신은 그 정도까지는 안됩니다. 그저 한두 시간 정도 늦추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몰입의 시간을 매일 한다는 습관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물론 느낌이 그렇다는 겁니다. 느낌이 그러니 시간은 사라진 거와 같습니다.


느낌의 시간이 사라지니, 동시에 정신과 육체의 시간도 같이 사라진 듯합니다.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은 현실 세계로 들어오면 멈춘 거와 같습니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몰입(沒入 ; Flow)'을 "어떤 활동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과 공간, 심지어 자신에 대한 감각마저 잊어버리는 심리적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몰입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집중'과는 결이 다릅니다. 집중이 무언가를 쥐어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면, 몰입은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전혀 힘이 들지 않으면서도 극도의 행복감을 주는 상태입니다.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몰입의 세 가지 조건인 명확한 목표, 빠른 피드백, 과제의 적절한 난이도가 충족될 때, 우리 뇌에는 모든 정신력이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어 잡념이나 불필요한 감정은 끼어들 자리를 잃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되고, 한 시간이 단 1분처럼 느껴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몰입은 흔히 말하는 '워커홀릭'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워커홀릭은 결과나 성취라는 환상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라면, 몰입은 행위 그 자체, 즉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존재의 충만함을 느끼는 능동적인 선택입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두 종류의 시간이 등장합니다. 객관적이고 연대기적인 흐름인 '크로노스(Chronos)'와, 주관적이며 의미 있는 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Kairos)'입니다. 기회와 행운의 신이기도 한 카이로스의 모습은 매우 독특합니다. 앞머리는 무성하지만 뒷머리는 민머리이며, 양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고 한 손에는 저울, 다른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습니다. 이는 기회와 시간은 앞에서 다가올 때는 누구나 쉽게 움켜쥘 수 있지만, 일단 지나가 버리면 잡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다가온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저울과 같은 정교한 분별력과 칼과 같은 단호한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몰입이야말로 크로노스의 무자비한 흐름 속에서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낚아채는 최고의 기술입니다.


시간을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됩니다. 시간에 쫓기며 불안해하거나, 반대로 지루함 속에서 시간을 죽이며 사는 사람은 결국 세월의 무게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리적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끊임없이 도망가지만, 몰입의 시간은 그 흐름을 잠시 멈춰 세웁니다.


이것이 바로 늙지 않는 비결입니다. 정신의 시간이 멈추면 육체의 노화 역시 그 속도를 늦춥니다. 몰입은 시간을 멈추게 하고, 웜홀처럼 과거와 미래를 현재라는 지점에 이어 붙입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을 때, 남들은 우리를 보며 "어쩜 당신은 늙지도 않느냐"라고 묻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주도권을 쥔 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 때문일 것입니다.


벽시계의 종소리에 가슴 철렁 내려앉는 삶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시간과의 밀당에서 조금씩 승기를 잡아보십시오. 아주 조금씩, 하루 중 단 한 시간이라도 몰입을 통해 시간을 늦추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건전한 중독'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고 젊게 만듭니다. 시간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어, 나만의 카이로스를 일구어 나가는 삶. 그 속에 진정한 청춘과 행복이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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