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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28. 2020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전문가인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는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분야의 전문용어를 사용합니다. 전문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것이고 그 분야에 통용되는 용어의 개념이 있다는 것입니다.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부르는 호칭도 조금씩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가, 명인, 거장 등의 용어를 붙이기도 합니다. 박사라는 일반명사도 있습니다. 영어로도 expert, specialist, master 등이 쓰입니다만 특히 음악에서는 virtuoso, 미술에서는 docent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식도락에서는 gourmet라는 표현으로 전문가를 지칭하기도 하고 커피 전문가를 barista, 와인 전문가는 sommelier라고 합니다.

전문가로 호칭을 붙이는 것은 타인에 의해 인정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자칭 전문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자칭 전문가는 비전문가와 똑같은 것입니다. 전문가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

남들과는 다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남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일견하고 얄팍한 자기 견해로 치환하여 마치 자기의 지식인 것인 량 호도하는 자들은 금방 탄로가 납니다.


기술이 필요한 건 1만 번 이상 해봐야 가능하며 시간으로 따지면 10년 이상되어야 비로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서너 번 해봤다고, 1~2년 했다고 전문가로 자부했다간 큰 코 다칩니다. 각 분야에는 숨겨진 고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드러내지 않지만 쌓은 내공들이 장난이 아닌 사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이 안다고 고수로 인정해주고 전문가로 인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의 기준이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적으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지혜롭다면 고수로 불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회에서 인정하는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구성원들의 평가가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사회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조건으로의 역할이 등장합니다.


각자의 지식과 지혜를 모아 긍정의 힘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를 그 사회에서는 행정의 전문가로 인정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인간성의 바탕을 들여다보는 혜안을 요구합니다. 경쟁이 아닌 상생의 지혜를 갈구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로 불린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무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연구하고 몰입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노력의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적 수준으로 세상을 보는 시선의 높이와 깊이를 탁마 해야 합니다. 바이올린을 들고 기타를 들고 또는 책을 들고, 영업의 현장에서도 우리는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의 전문가로서 입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빛내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빛이 나는 그런 경지가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관조해보면 우리 삶 자체가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삶의 종점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산다는 것 자체가 전문가의 길이자 삶입니다. 무엇이던 행동하고 실행하는데 별도로 주의를 기울이거나 신경을 쓰지 않고 한다면 그것이 곧 전문가일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일, 화장실에 앉아 배변하는 일, 샤워하는 일, 양말 신고 옷을 챙겨 입는 행동 모든 것에 우리는 전문가의 경지에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의 전문가였다는 점을 생각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그게 바로 전문가였는데 말입니다. 


일상의 행동에 전문가의 노력과 시간이 얼마나 많이 투여되었는지는 잠시 아파보고 다쳐보면 드러납니다. 손가락 끝을 바늘에 찔려 밴디지 하나 붙여보면 세수하기 힘들고 젓가락질하기 어렵습니다. 사지 멀쩡히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전문가적 시선이 필요한지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전문가임을 자부하고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남들이 잘하지 못하는 특정 분야의 것들을 남들보다 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시도하고 반복하는 일이 중요함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일상의 전문가를 넘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호칭이 따라붙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하던 유일무이하다고 인정받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문가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던지 끊임없이 노력하게 될 것이고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노력의 노예일까요? 노력의 성과일까요? 전문가는 나무의 열매와 같은 성과입니다. 거름도 주고 잘 가꾸어 태풍이 불어와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다 보면 결국 얻게 되는 게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는 길일 겁니다.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문가인가?" 되돌아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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