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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21. 2020

나만 추운 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전철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팔 옷차림이나 카디건, 그리고 트렌치코트, 심지어 패딩에 모직코트를 입은 모습도 보입니다. 저도 오늘은 청바지 차림에 겨자색 긴팔 캐시미어 니트를 안에 입고 군청색 카디건을 덧입었습니다. 그리고 백팩을 멘 차림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아침 기온이 한자리를 수로 내려오더니 어제부터는 조금 올라 현재는 13도를 보이고 있네요. 


기온을 느끼는 체감온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온대지역에 사는 호모 사피엔스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생명유지의 바로미터인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나마 온도 변화가 적은, 적당히 따뜻한 온대지역을 선택해 정착했음에도 말입니다. 자연에서 온도는 햇빛의 세기와 지속시간이 좌우합니다. 이 두 조건에 따라 지구는 아열대와 온대, 한대로 나누어지고 그 조건 속에 뿌리내렸던 호모 사피엔스는 다윈 진화를 하여 피부색까지 스스로 바꾸며 적응했습니다. 감기 걸릴까 조심하는 온도 변화 속에는 인류의 진화를 가속시키는 힘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이 온도의 수은주는 점점 더, 내려가는 폭이 커질 겁니다. 이는 단풍의 하강속도도 점점 빨라짐을 의미합니다. 이젠 강원도 산간을 지나 서울로 진입하여 주변 산들을 변색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초록을 내려놓기가 서운하겠지만 찬 바람이 나무속 나이테에까지 미치면 변하기 싫어도 색깔을 바꾸어야 합니다. 아니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도차로 인한 삼투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기에 자연스레 색이 변하게 됩니다.


자연은 그런 것입니다. 모든 만물에 적용되는 법칙, 어느 하나 예외가 될 수 없는 법칙, 이것이 자연입니다. 다세포 생물은 합의하에 죽음이라는 진화 현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생명을 유지하고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죽음이라는 효율성이기 때문입니다. 정자, 난자 하나면 전 세대의 모든 것을 복제해 낼 수 있는데 60조 개가 넘는 세포를 계속 끌고 갈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구 상 만물은 행성의 운행에 지배를 받으며 그 안에서 생존의 조건에 가장 잘 적응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체수가 많고 응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류가 유일하게 그 자연조건을 깨뜨리며 오염의 속도를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인해 다른 식물 및 동물 종 들이 하루에도 수십수백 개씩 사라져 갑니다. 단지 인간의 좀 더 편하고자 하는 얄팍한 행동양식 때문에 말입니다. 인간의 가속된 욕망의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자연의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하여 붕괴되는 것을 인간이 스스로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막아야겠습니다. 인간으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음은 이미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자연이 견디다 못해 내뱉는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도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합니다.


차가움 하나, 따뜻한 울 소재의 옷, 바람막을 트렌치코트가 모두 이 지구의 자연이 주고 베풀고 내놓은 현상이자 물질의 소산입니다. 함께 거두고 아끼고 보존해야 할 우리의 자산입니다. 물론 50억 년 후에는 적색거성으로 커진 태양에 끌려들어 가 불타서 사라질 지구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떻게 받아들여 사용할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긍정의 산물로 거둘 것인지, 비관의 늪으로 던져버릴 것인지 말입니다. 비관보다는 긍정의 시간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긍정의 미래를 보고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 추위의 수은주가 점점 떨어진다고 해도 말입니다. 찬바람에 더욱 득세할 독감도 피해 가야 하고 코로나 19도 피해 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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