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 며칠 앓는 감기였으면 좋겠습니다

by Lohengrin

출근길,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바닥에 놓인 신문 뭉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직업상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신문만 아침에 5개, 저녁에 2개나 있습니다. 1분의 시간이라도 아껴야 하는 아침시간에는 배달된 신문을 거의 읽지 못합니다. 집안으로 들여놓기 전에 1면 제목만 일견 하는 게 보통입니다. 오늘도 신문을 집어 들어 거실로 던져 넣으려는 순간 무시무시한 신문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교회, 회사, 아파트 --- 어디서 옮을지 모른다" "인구 밀집지 확산 비상" 등등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분위기를 살벌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소극적인 거보다는 과잉 대응하는 것이 유행병을 대처하는 옳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주의를 떠나 공포로까지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온 GS홈쇼핑은 3일간 사옥을 폐쇄하고 방역을 한다고 합니다. 공포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출근길 전철안 풍경에서도 신문 제목의 분위기를 그대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제가 탔던 칸에 있는 사람들은 9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 방문하는 보호자의 모습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자기 보호 심리를 대변한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빨리 이 답답함과 공포로부터 벗어나야 할 텐데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집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아직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1,2호 환자는 증상이 완전히 없어져서 퇴원까지 했습니다. 그저 며칠 앓고 지나가는 감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는 공포보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천해야겠습니다. 개인적 위생 생활만이 이 난국을 지나가는 가장 현명한 처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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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공포의 확산은 스파이럴 효과를 낳습니다. 증폭되는 양이 가속도가 붙습니다. 감각과 기억과 생각을 통해 행동으로 표출되는 브레인의 기작을 공포의 방향으로 확대해서 몰아갑니다. 공포는 브레인에서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2억 5천만 년 전 공룡에게 쫓기던 포유류들의 공포심리가 스멀스멀 DNA를 타고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브레인은 사소한 정보를 모아 패턴을 형성합니다. 이 패턴은 이미 그 사람이 속한 사회에서 정형화되어 있을 수 도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도가 그렇고 관습이 그렇고 법률이 그렇습니다. 개인의 선호도에 관계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역설입니다. 그 사회에 태어난 죄와 늦게 태어난 죄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회에 존재하면서 굴레와 같이 씌워져 있는 현실입니다. 마치 모든 존재가 시간 속에 있고 우주만물의 흐름 속에 있다는 것과 동일합니다. 거부하고 반항해야 할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그 조건들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벗어나거나 회피할 수 없습니다. 존재는 항상 그런 전제를 바탕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무한대의 확률을 가지고 사소한 정보들을 해석해 내면서 자기화를 해나갑니다. 이것을 자아라고 합니다. 각자의 해석을 가지고 현상을 보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생존하며 익혀온 패턴의 모델을 놓고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해석합니다. 올바른 데이터들이 입력되어도 평생 익혀온 생존 모델을 바꾸기엔 쉽지 않습니다. 평생 모델의 방향대로 행동해 왔기에 오히려 생존율이 높다고 브레인은 인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브레인은 데이터에 대한 해석을 꾸며대기 시작합니다. 바로 스토리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매 순간 선택을 하는 기로에서 최선이라는 것을 하나씩 고르게 됩니다. 그 선택은 대부분 연관 관계나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그 시간 그 상황에 맞다고 인식되는 것을 골랐을 뿐입니다. 브레인은 그 우연의 선택을 필연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연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선택들을 연결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끼워 넣어 합리화합니다. 의식이라는 것, 생각이라는 것, 어떤 의미로 바라봐야 하고 관조해봐야 하는 것인지 찬찬히 음미해봐야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어떻게 생성되고 사라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찰이 될 것 같습니다. 하루속히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숨 들이마실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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