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지지고 볶고 부대끼는 일

by Lohengrin

계절이 바뀌는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이 변화의 몸살을 겪습니다. 지구과학적으로 보면 단순한 현상입니다만 생물 현상으로 오면 복잡해집니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행성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자전축의 기울기에 따라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시간량에 따른 것이기에 하나도 신기할 것이 없습니다. 이 현상에 따라, 생명이 따라가는 것이다 보니 생존 형태에 따라 무수히 많은 변수들의 집합이 오묘하게 엮여 있을 뿐입니다.


간단히 인간 세상에서만 봐도 '가을'이라는 계절의 시간에는 결혼식도 많고 장례식도 많습니다. 여기에는 또한 각 민족의 문화적 요소도 가미됩니다. 왜 봄가을로 결혼을 많이 할까요? 자연계와 똑같은 현상일 수 있습니다. 봄가을에는 먹을거리들이 많이 늘어납니다. 봄은 여름보다 오히려 먹을거리 측면에서는 적을 수 있으나 긴 겨울을 지나온 시간으로 볼 때는 초록의 풀과 꽃으로 천지가 되고 작은 과실들도 있는 시기로 볼 때 효율적 측면에서는 여름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DNA에 심어져 있는 원초적 생존이 오늘날의 결혼 시즌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그 시기는 자연의 외부환경이 쾌청한 날들의 연속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사를 하기에 좋다는 이유일 겁니다.


그런데 장례식도 의외로 많은 이유는 합당한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환절기라는 요인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기온차가 심하게 변하여 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그 와중에 가벼운 바이러스 감염에도 금방 체력을 비롯한 건강상태가 안 좋게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소통의 시간이 되도록 하는 자연의 조화이자 묘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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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현상을 들여다보고 추적하다 보면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현상은 대기와 대양과 대지에서 시작했다는 겁니다. 더 들여다보면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분자는 글루코스이고 생명에서 가장 중요한 분자는 이산화탄소입니다. 사랑을 논하고 문학을 논하고 죽음을 걱정하는 모든 현상들이 이 천지만물 자연에서 발화하고 유지되고 사그라든다는 것입니다. 길가의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와 반려견의 꼬리 흔듬과 지금 내가 호흡하는 이 현상이 사실은 모두 같다는 것에 도달하면 세상을 보는 시야는 달라지게 됩니다.


같은 현상을 놓고 해석을 달리하고 신념을 달리 하다 보면 경쟁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근원을 들여다보면 같은 것임을 알게 되고 그러면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조화가 되고 상생이 됩니다. 세상 사는 것은 그런 것이며 그것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며 우주 생성의 원리입니다. 자연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과학적 사고를 넓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유는 간단하게 증명됩니다. 지구 역사 46억 년의 장구한 생명 역사를 논하기 전에 녹조류였던 시아노박테리아가 태양빛을 받아들여 물을 분해하고 대기 중에 산소를 내보냈듯이 지구 상 모든 생물의 에너지인 포도당 역시 식물들이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물을 합성하여 만들어 낸 것입니다. (6H2O + 6CO2 = C6H12O6 + 6O2) 생명을 들여다보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분자식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곧 자연에 대한 명쾌한 해석입니다. 여기엔 논쟁이 있을 수 없습니다. 논쟁과 사랑과 전쟁은 그다음에 일어난 그렇고 그런 현상들을 일컫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삶이라는 현실의 시간 속에 있습니다. 시간이 가고 출근을 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하며 밥을 먹어야 하고 배설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을 사는 모습이며 이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삶의 시간을 살아내야 할까요?


자주 연락하고 자주 모여 얼굴 보며 정을 나누는 것이 세상사는 삶의 재미이자 최종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지지고 볶고 하며 부대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코로나 19가 그 시간의 속도에 방해물로 작동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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