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돌아보기

by Lohengrin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빅뱅에 따른 인과관계로 맺어졌습니다. 상호관계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우주의 인과관계로 인하여 형성된 인류사도 관계사입니다. 천지만물이 모두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톱니바퀴입니다. 어느 것 하나 없어서도 안됩니다. 근본이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형체가 달라도 그 근원을 따라 들어가면 모두 같습니다.


그중에 현실이라고 하는 시간을 살고 있고, 사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들은 특히나 이 관계 속에 모든 것이 발생하고 발전을 합니다. 관계, relation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정의를 통해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만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와 타자가 존재해야만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대상이 꼭 인간일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해당됩니다. 사물이 될 수 있고 자연도 될 수 있습니다.


이 관계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태어남이 그렇고 그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자아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로 관계 맺음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앎이 그렇습니다. 저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은 전철에서 부딪치는 많은 사람들과 거리의 수많은 인파들도 포함됩니다. 저와 관계없기에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그중에 저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인사라도 하고 지나쳤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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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는 이를 인연(因緣 ;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인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법정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라는 글에서 이 인연의 공과 사를 구분하라고 조언하시기도 했습니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라.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고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이 관계와 인연을 네트워크라고 확장 해석해도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관계의 확장이 곧 네트워크니까요. 오늘은 어떤 관계를 지속할 것이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 그 관계 속에 파묻혀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관계들을 대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있었기에, 당연히 존재하기에, 늘 그렇게 관계 맺기를 해왔기에 신경 쓰는 과정과 절차들을 생략하고 지나칩니다. 디테일을 하나하나 챙기고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들을 캐내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는 것도 관계입니다. 그래서 책을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데로 읽으면 심상이 그렇게 따라갑니다. 물론 책이 출판될 때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관여해 만들어졌음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책 속에 어떤 내용과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관계가 다릅니다. 지식의 관계는 평등하지 않기에 분명히 우열이 존재합니다. 좋은 책 한 권, 좋은 글 한 줄 만나는 것이 바로 관계를 좋게 하고 유지하는 생명줄인 것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사건과 시간을 놓고, 바라보는 시선을 높이면 전혀 새로운 구상의 실마리들이 보이게 됩니다. 관계는 실타리를 풀기도 하고 감기도 하는 물레와 같은 도구인 것 같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하는 행위들이 과연 정당한가 되돌아보고 혹시 헛된 시간낭비를 하거나 헛수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도 되짚어 봐야겠습니다. 관계 유지가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단순한 노력이라면 그 네트워크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물어봐야겠습니다.


헛된 시간과 노력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관계로 재무장하고 법정스님처럼 헛된 인연이 있다면 과감히 흐르는 빗물에 조용히 내려놓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인연과 관계에 최선을 다해 진정한 우군만을 남겨놓겠습니다. 책장의 책들과 책상의 집기들, 그리고 옷장에 걸려 있는 옷에서부터 실체가 없는 수많은 관계들을 단출하게 만들 일입니다. 잡동사니로 채워져 있다면, 최소로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제자리로 돌려보내야겠습니다. 미련은 관계와 인연에 대한 욕심입니다. 내려놓으면 홀가분해지고 편안해집니다. 비워진 만큼 공유되는 삶이 더욱 화사해질 것이고 어깨가 필요하다면 작은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여유도 더 생기게 됩니다. 제가 만든 모든 관계와 인연은 이렇게 오늘도 같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삶 속에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는 저의 '사랑'이자 '관계 맺기'의 정점에 계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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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늘부터 한 달간 다시 휴업의 시간에 들어갑니다. 한 달의 시간을 촘촘히 짜고자 했는데 잘 지켜질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오늘부터 3일간은 지방을 다녀올 예정으로 떠납니다. 코로나 19 조심하며 조용한 여행이 되고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보내고 오겠습니다. 그래서 내일 아침 글은 하루 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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