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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27. 2020

미래는 과거보다 가깝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톡 같은 SNS를 통해 가까운 사람들의 근황을 접하게 됩니다. 굳이 만나고 전화하지 않아도 지인들이 무얼 하는지 SNS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동향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만연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올해는 특히 그렇습니다. 지난 주말 골프 치러 갔는지, 김장을 했는지, 어제저녁은 맛집을 찾아다녔는지 등등 말입니다. 스스로 SNS에 동향보고를 하고 행적을 드러냅니다. 존재에 대한 표현입니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점점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가상공간을 통해 가상의 만남을 하지만 그것을 실재 상황인양 본인의 현실로 끌어들입니다. 인간 브레인이 해내고 있는 감각과 지각과 생각을 그대로 복사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2년 전 세상을 달리 한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은 인공지능의 발달을 염려하고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 등장하는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향후 50년 정도, 빠르면 30년 정도만 있으면 인공지능의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입력된 정보만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감정을 실어 표현하는 기계와 대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대화만 가지고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인지, 기계의 알고리즘과 이야기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공지능은 발달해 있습니다. 서울 길거리에서는 아직 국내 완성차업계의 게으름으로 인하여 자율주행차를 볼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시험적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차량 공유업체인 쏘카가 제주공항에서 회사 주차장까지 가는 짧은 거리에서만 동승하여 체험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자동차의 미래는 자율주행차로 이미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글은 핸들 없는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고 우버에서는 2030년 정도를 목표로 '자율주행 비행 택시'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진행되는 속도로 봐서는 시기가 더 당겨질 것 같습니다. 또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혼합된 'Mixed Reality'의 융합 현실이 극강의 도구(ultimate Media)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미 우리는 SNS를 통해 그 세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제가 매년 관심을 갖는 보고서가 있는데 미국의 IT산업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가 10월에 발표하는 "다음 해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입니다. 올해도 내년 기술 전망이 공개되었는데 용어가 생소해 잘 와 닿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키워드만이라도 살펴볼까요? 행동 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 전체 경험(Total experience), 개인정보보호 강화 컴퓨팅(Privacy-enhancing computation), 분산 클라우드(Distributed cloud), 어디서나 운영 가능(Anywhere operations), 사이버 보안 매시(Cybersecurity Mesh), 지능형 구성 비즈니스(Intelligent composable business), AI 엔지니어링(AI Enginering), 초자동화(Hyperautomation) 그리고 이들 모두를 결합하여 혁신을 이루어내는 조합적 혁신(Combinatorial innovation) 등 10가지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변화된 조직과 비즈니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올해 키워드와 함께 주제는 사람 중심의 기술 구현입니다.


용어를 만들고 미래를 그린다는 측면에서 가트너의 창의성을 엿보게 하는 보고서는 그래서 매년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만듭니다. 용어가 어려운 듯 하나 많이 접해보지 않아 낯설기 때문인 정도로 이해하면 그래도 알아들을만 합니다. 기술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세운 목표를 향해 역량을 집중해 나가는 추진력이 곧 미래의 기술혁신과 사회의 틀을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지수가 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발된 기술들이 현실에 적용되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살아남아야 미래의 주류 기술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고 그래야 거기에 붙여진 용어들도 살아남게 됩니다. 몇 년이 지나면 10가지 용어 중 살아남은 게 몇 개나 될까요? 기술이 진화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용어의 대중성 획득은 기술의 생존능력과 역량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IT업계가 예전에 했던 '빠른 추격자' 만으로는 세계에 나설 수 없습니다. 기술에서는 선두에 서지 않으면 2인자는 소용없는 세계입니다. 앞으로 5년 정도면 'Magic Leap'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도약의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테슬라는 종합에너지회사로 변신하고 있으며, DNA 염기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약제도 가능한 시기에 와있습니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코로나 19 바이러스 백신은 RNA로 만든 새로운 형태의 면역체계를 경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변해야 합니다. "미래는 과거보다 가깝습니다" 시간도 변화의 경계에 와 있습니다. 11월도 오늘을 포함하여 나흘밖에 안 남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변하는 데 따라 변하지 않는 것도 경쟁력이 될 수 있겠지만 어느 상황 어느 조건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다양한 결과에 도달합니다. 기술의 세계에서는 변해야 하고 최소한 따라가기만이라도 해야 하는 게 정답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과학 기술이 선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나흘 동안 한 달을 정리하고 새로운 한 달을 맞을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야겠습니다.


지나간 한 달의 후회보다는 새롭게 다가올 한 달을 가슴 설레며 맞이할 일입니다. 미래는 과거보다 가깝기 때문입니다. 과거로는 돌이킬 수 없지만 미래로는 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야 할 길이고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내딛고 앞으로 나가야 함은 자명한 일입니다. 함께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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