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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09. 2020

올 겨울, 눈은 볼 수 있으려나?

올 겨울엔 눈(雪)을 볼 수 있을까요? 겨울로 접어든 지 한참 지났고 그저께가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절기상 대설이었음에도 서울에는 맑음 청청 그 자체였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내려 대양을 수온을 낮춤에 따라 북위도 기온은 더 떨어질 거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찬 바람에 수증기들이 대기 중으로 오르지 못해서 그런지 눈이 될 수 있는 세력을 밀어내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 대설은 눈이 많이 온다고 하여 붙여진 절기입니다만 우리나라의 대설은 눈이 많지 않답니다. 24절기가 중국 화북지방에서 기원한 까닭입니다. 중국 화북지방은 중국 북부 황허 강 유역의 화베이 대평원을 중심으로 고도가 낮고 비옥한 지방으로 한족 문화의 중심지이자 예로부터 중국의 중요한 농업지구입니다. 화북지방의 가장자리에 베이징이 있으니 베이징은 위도는 40도 정도, 서울이 37도 정도이니 서울보다 북쪽에 있습니다. 중국 화북지역은 눈이 당연히 더 오는 지역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지역에 적용하던 자연의 시계에 맞춰 놓은 24절기를 우리나라에 들여오다 보니 대부분의 절기들이 그럴듯하게 맞기는 하지만 조금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식물을 심고 농사를 하기에는 큰 무리 없는 자연의 시계였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고 적용하고 매일 따라가고 있는 날짜의 달력(Calendar)은 그레고리 달력으로 양력이 적용된 것입니다. 1년을 365일로 잡고 4년마다 1일의 윤일을 두어 오차를 조정해 나가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고 보면 달력이라는 고유명사가 양력이 되어야 맞겠지만 우리에게는 달력이라는 고유명사로 통용되어 정착되어 있습니다.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 24절기는 음력 날짜에 맞춘 것으로 알지만 사실 양력 날짜에 맞춘 겁니다. 태양이 15도 이동할 때마다 한 절기를 두어 그것으로 농사짓는데 쓰도록 해놓은 것이 24절기의 표시입니다. 농사에는 달의 역할보다 해의 역할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24절기의 날짜를 보면 해마다 양력으로 같은 날에 입춘, 우수, 동지 등 그 절기가 적혀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윤일이 있는 해에는 하루씩 편차가 납니다. 음력은 달의 차고 기우는 운동을 기준으로 날짜를 따지다 보니 계절에는 잘 맞지 않았고 달의 삭망 주기가 29.5일임에 따라 1년이 354일 되니 윤달을 넣어 부족한 날짜 계산을 추가한 것입니다. 즉 음력의 날짜로는 오차범위가 계속 커져가기 때문에 농사를 위주로 사회경제가 돌아가던 농경문화에서는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모내기를 하고 언제 월동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가늠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음력의 날짜와 관계없이 태양의 기울기인 자연의 순환에 낮춰 '대나무 마디'같은 절기를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참 현명한 선인들임에 틀림없습니다.


눈에 대한 추억의 시간들을 끄집어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주 덕유산 정상의 상고대입니다. 눈 덮인 오대산과 소백산, 태백산도 올라가 봤지만 그중의 백미는 덕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눈의 천국에 들어갔다 나왔던 생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무주 스키장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갔던 것인데 눈에 눈이 시린 절경이 눈에 선합니다. 지금 덕유산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을까요? 지리적으로 주변에 높은 산이 유일한 덕유산의 지형 때문에 아마 벌써 눈이 쌓여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올 겨울에도 아이젠이 어디 있는지 챙겨보고 등산용 내복도 찾아놓아야겠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움직일 수 있으려나 염려스럽긴 합니다만 그렇게 계절마다 의무적으로 가봐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은 삶을 참 잘 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을 봐가며 올 겨울은 눈 쌓인 덕유산을 다시 가보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한 계절 가는 것을 눈치채고 곧 다가올 봄의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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