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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15. 2020

코로나 19에 최면을 걸까?

유리 텀블러에 담긴 블랙티의 온기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물을 끓여 붓기는 했으나 텀블러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움이 유별나게 다가옵니다. 바깥 기온이 차가우면 뜨거움에 대한 상대적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아니 바깥의 차가움이 뜨거움의 체감온도를 낮춰 오히려 뜨거움을 배가시키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뜨거움의 상대적 온도가 높음을 나타냅니다. 어제부터 새벽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형국이지만 밖으로 나가야 하는 모든 이들은 주머니에 손난로라도 챙겨 넣고 움직이시길 바랍니다.


사실 체감의 온도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피부에 닿는 온도는 절대적인 값을 가집니다. '0'도의 온도가 닿으면 '0'도 입니다. 그럼에도 그 온도를 인식하는 체계는 조금씩 다릅니다. 바로 절대온도를 대하는 객체로서의 대상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태조건이 추위에 익숙한 환경에서 살아왔다면 웬만한 추위는 안 춥다고 느낄 것이고 더운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은 추위를 견디는 유전인자가 적기 때문에 더 추울 것입니다. 또한 운동을 통해 신체기능을 활발하게 해 놓은 상태에서 느끼는 온도와 방금 일어나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느끼는 온도도 분명히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밖의 온도는 절대적 값을 나타낸다고 할지라도 내가 느끼는 온도는 그보다 높을 수 도 있고 낮을 수 도 있다는 겁니다. 바로 외부 세계에 대한 감각과 상태의 차이입니다.

개별 감각은 각각의 형식인 고유한 에너지 양식이 존재합니다. 시각은 빛 에너지, 청각은 공기 분자에 의한 압력 에너지, 후각은 공기 속 화학분자, 미각은 액체에 용해된 화학 분자 에너지를 감지합니다. 모든 감각은 감각 입력을 받아들이는 특별한 신체 영역이 있습니다. 시각은 망막, 청각은 달팽이관 속의 코르티 기관, 미각은 혀의 표면에 배열된 맛봉우리 세포, 체감각은 신체 표면에 배열된 통증, 온도, 촉각, 압력의 감각판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추위에 대한 온도 감각은 피부에 분포된 체감각으로 감지됩니다. 감각의 본질은 즉시성입니다. 모든 감각은 현재 진행형이며 즉각적 운동 반응을 촉발합니다. 감각은 동물의 신경계가 자연의 에너지 변화를 신경세포의 전압 펄스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항온 동물인 인간은 이 온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즉각 반응해야 합니다. 추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바로 죽고 사는 문제였던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오늘 아침의 온도를 어떻게 느끼시렵니까?


이 아침의 기온은 새벽보다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영하의 기온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12월의 중순인데 이 정도면 춥다고 할 수 있을까요? 차가움으로 느끼시렵니까? 아니면 따뜻함은 아니더라도 춥지 않다고 느끼시렵니까? 저는 오늘 춥지 않다고 최면을 걸고 지내보렵니다. 코로나 19로 마음도 추운데 기온으로 인하여 몸까지 추우면 동사할 듯해서입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따뜻해야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 텐데 코로나 19라는 녀석은 올 겨울이 다 가도록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기에 그나마 날씨에 최면을 걸고자 하는 것입니다. 내가 안 춥다고 최면을 걸고 열이 나도록 몸을 움직이면 그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온의 차가움은 코로나 19에 비하면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현상일 뿐입니다. 나 스스로 열을 내 상대적 체감온도를 상쇄시켜 버린다면 온도계의 숫자는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하 10 도면 어떻고 영하 20 도면 어떻습니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체열을 발산하는 움직임만 있으면 최면을 거는 이상으로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더구나 함께하는 그대가 있으니 추위는 그저 유리창 너머 비치는 햇살에 녹아내리는 고드름일 뿐입니다. 명징한 햇살의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여 따뜻하다 포근하다 최면을 거시죠. 하나도 안 추울 겁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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