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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29. 2021

'나이들었다'는 핑계는 버려라

시간 참 빠르죠? 2021년에 들어선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의 워킹데이 마지막 날에 섰습니다. 그저 시간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을 했습니다. 보통 영화 필름에 많이 비유를 하는데요. 영상물이 흐르는 물처럼 제대로 보이려면 초당 24컷 정도의 정지영상이 이어져 지나가야 인간의 시선은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봅니다. 영화는 정지화면을 계속 돌려서 동영상처럼 만든 것입니다. 인간이 '지금 이 순간'의 정지영상을 계속 돌려 흐르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영화 필름 돌아가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즉 젊어서 브레인의 해마세포들이 쌩쌩할 때는 이 정지영상이 24컷으로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해마세포들의 활성화가 줄어들면 24컷이 아니고 20컷, 점점 시간이 흐르면 10컷 정도만 돌아갑니다. 회로의 연결이 원활치 않은 겁니다. 10컷 정도만 뜨문뜨문 보이면 사라진 컷들에 시간이 개입됩니다. 장면이 건너뛰어 빨리 흐른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도 떨어진다"는 것도 진실일까요? "요즘 정신이 가물가물 하나 봐! 어제 본 것도 기억이 안 나!" "벌써 치매가 온 건가? 친구 이름도 생각이 안 난다"등등 나이와 기억력 감퇴의 상관관계를 들이대며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안타깝게도 나이듬과 기억력 감퇴를 엮어서 위안을 받아보려는 꼼수는 통하지 않습니다. 나이듬과 기억력은 큰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정말 아무 상관도 없어? 진실이야?"라고 윽박지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기억력은 나이 80세 정도까지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우리가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착각하는 것은 '어떻게 느꼈는지를 가지고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오는 감각의 오류 때문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각을 깊고 복잡하게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건망증이 심해졌다는 기억력의 본질이 여기에 숨어 있습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에 의하면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라고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원시 수렵생활을 하던 8만 년 전부터 손을 많이 쓰도록 진화를 거듭했지만 이 기간 동안 뇌는 5% 정도밖에 진화를 못했답니다. 아직 우리의 브레인은 원시 수렵생활에 익숙해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특히 직립을 하게 되면서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일은 신체적으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심장도 과도하게 펌프질을 해야 합니다. 더구나 브레인에서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에너지는 더욱더 필요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어떻게 극복할까요?


바로 생각을 덜 해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화를 합니다. 그렇다고 바보로 회귀하는 것은 아닐 테고요. 생각을 범주화해서 저장하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입니다. 대칭의 법칙도 알아냅니다. 대칭은 한쪽만 봐도 반대편이 동일하니 에너지를 안 들여도 압니다. 뭐가 있는지 상황이 어떤지 말입니다. 보는 순간 처음 상황을 기억하고 비슷한 상황은 무시해 버리거나 합치기도 합니다. 기억의 초두효과와 최신 효과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억의 법칙들이 인간의 의지에 의해 벌어지는 파노라마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브레인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향연입니다. 그렇게 진화되어 온 것이라는데 핵심이 있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핑계를 대면 안됩니다. 사용하면 닳게 되지만 우리의 브레인 세포 중에 유일하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새로 만들어지는 세포가 있습니다. 바로 해마의 CA1,2,3 세포들입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멈춰있거나 죽어나갑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각을 덜 하는 쪽으로 진화해왔지만 우리는 그 생각의 범주를 넓히는 작업은 끊임없이 해내야 소위 기억력의 감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멈춰있는 해마 세포를 활성화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계속 핑계를 대시겠습니까?


미국의 유명한 텔레비전 진행자였던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이 NBC 레이트 나잇 쇼를 마지막으로 하면서 한 멘트를 2011년 다트머스 대학 졸업 축사에서도 인용한 바 있는데 오늘 주제와 딱 맞아 소개합니다. "Work hard, be kind and amazing things will happen" "열심히 하세요. 친절하세요 그러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우리의 기억은 그렇습니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고 친절히 하면 정말 놀라운 경이로 다가옵니다. 며칠 안 남은 1월의 날들도 그 언젠가 우리의 기억 속에서 다시 찾아오고 찾아낼 수 있는 나날들로 만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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