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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8. 2021

내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있는 이유

유용한 주말을 보내셨나요? 지친 심신을 집에서 편히 쉬신 분들도 계실 테고 그나마 근처 공원이나 뒷동산으로 살짝 산책을 다녀오신 분도 계실 테죠. 코로나가 뒷덜미를 잡고 있는 탓에 무엇을 해도 속 시원하게 한 것 같지 않는 찝찝함의 여운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저렇게 흐르는 시간 속을 지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코로나의 침범을 받지 않은 것을 행운이라 여기고 안도하며 조심스럽게 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이젠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블루 코로나'를 지나 '레드 코로나'를 거쳐 이젠 잠금증후군(Locked-in Syndrome)까지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만 이 현상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간단합니다. 움직이는 겁니다. 무엇이든지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과격한 운동을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조용한 가운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겁니다. 홈트레이닝이 대표적 몸 운동의 표본입니다. 꼭 운동기구를 거실에 사다 놓을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거실 바닥에 요가매트 한 장, 아니 담요 한 장 깔아놓고 땀이 살짝 배어나도록 스트레칭을 해보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몸이 개운해지고 더불어 정신도 맑아집니다.


불안을 떨쳐내는 일은 이렇게 몸을 움직여 활동하고 행동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불안하다는 것은 예측되지 않는 미래입니다. 특히나 안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입니다.  알 수 없으니 당연히 불안해집니다. 생각이 자꾸 불안 쪽에 집중됩니다. 이 현상을 흩어놓아야 합니다. 불안을 분산시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몸을 움직이는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자꾸자꾸 심연으로 빠져듭니다. 벗어나려면 헤엄치듯 움직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떻게? 무엇이든지 그냥 하는 겁니다.


아침 식사하고 아직 아내가 치우지 않은 설거지가 있으면 그냥 하는 겁니다. 평생 세탁기 한번 사용 안 해봐서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있지만 양말 속옷 집어넣고 스위치 한번 눌러보는 겁니다. 향긋한 세제 냄새 베고 건조되어 있는 옷가지를 끄집어내는 것도 해보는 겁니다. 주변의 것들을 이것저것 처리하고 해내다 보면 어느덧 불안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불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넓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다른 예측을 들이댈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렇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니 불안할 필요가 없음도 눈치챕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각자가 만든 가상의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에 무한대의 경우의 수 속을 헤매어 그중 하나를 붙잡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이는 모든 현상이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착각입니다. 착각은 진실이 있는데 잠시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진실은 착각이 아닌 세계를 말합니다. 착각이 아닌 현실이 있을까요? 감각의 경로를 거쳐 브레인으로 전압 펄스가 입력되면 브레인은 입력 정보를 가지고 지각을 만들어 냅니다. 지각하는 순간 진실은 사라지고 개념을 만들어 냅니다. 지각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인간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 지각이 언어를 만들고 문명을 만듭니다.


코로나 시국이 엄중합니다. 백신이 보편화되어 집단 면역이 생길 때까지 버텨내야 합니다. 그 버티는 최선의 방법은 너무도 간단하죠.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무엇이든 하는 겁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이유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 않아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으며, 하지 않아도 사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는 인식입니다. 바로 절박함의 문제입니다. 내가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고, 내가 지금 당장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이 굳어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으면 움직이지 말라고 해도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내가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 다른 사람들이 움직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택배 배달로 수고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타인과의 접촉에서 멀어질 수 있었고 보건소 및 병원 일선에서 수고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직접적인 접촉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행운을 누리는 것은 그냥 주어졌던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공동 인식과 공동 선이 발휘되는 가운데 그 혜택을 내가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 격려하고 서로 힘을 북돋아주고 보듬고 가야 할 일입니다. 조금 더 힘내시고 조금 더 위로와 위안으로 버텨내면 큰 불안과 공포 없이 코로나 파국을 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떤 일이 되었든, 어떤 행동이 되었든 먼저 움직이시지요. 행동을 하면 지각이 바뀌고 지각이 바뀌면 생각도 함께 바뀝니다. 바뀌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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