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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8. 2021

코로나 시대, 마스크의 가면 효과

코로나 19로 인하여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이젠 집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쓰게 됩니다. 출퇴근 시야 당연하고 언제 어디서든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집니다. 습관입니다.


마스크 쓰는 것이 습관이 안되었을 지난해 초기만 해도 마스크 챙기는 것을 잊고 출근길에 나섰다가 난감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스크를 챙겨 쓰고 전철역으로 뛰어가곤 했습니다. 마스크 착용하는 것이 습관으로 정착될 때까지 저는 반년 이상 걸린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서도 오전에 정신없이 일하다 점심 식사하러 나갈 때는 무심코 마스크 없이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서 있습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것을 보면 그때서야 내가 마스크 없이 나와 있음을 눈치채곤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예 마스크에 목줄을 매달아 목에 걸고 있습니다. 습관이 안되면 강제로라도 달고 다니겠다는 신념의 행동으로까지 마스크 착용은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법적으로 강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착용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코로나 감염 방지의 제1 차단막으로써 마스크의 역할은 입증되었기에 자기 보호 차원에서라도 기꺼이 쓰고 있습니다. 남으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을 막기도 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었을 수 도 있는 바이러스를 남에게 전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중 검열에 마스크는 큰 보호막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마스크 착용에 대해 얼마나 설왕설래가 많았습니까? 그나마 우리나라는 일사불란하여 전 국민 마스크 착용에 큰 논란은 없었던 것이 다행입니다만 미국 및 서구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아직도 논란의 주변에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19의 만연이 아니었다면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을 것은 자명합니다. 코로나 창궐 이전에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보통 4가지 정도의 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코로나 사태와 비슷하지만 감기에 걸려 기침을 많이 할 경우, 정말 기침으로 비말을 날려 보내야 할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하는 경우였습니다. 또 하나는 입 주변이나 얼굴에 상처가 있을 때 그냥 상처보호 밴드만 붙이기엔 흉할 경우 마스크를 쓰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사실 거의 보기 드문 경우이긴 합니다. 그만큼 코로나 19 사태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이 아주 이례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요즘처럼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방한용으로 착용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스키장에서 고글과 함께 쓰는 마스크도 있고 오토바이처럼 바람을 가르는 사람들의 보호용 마스크 착용도 있습니다만 예외로 합니다. 


마스크를 쓰는 마지막 이유로는 정말 특이하게도 얼굴을 가리고자 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입니다. 바로 범죄자들이 범행을 할 때 얼굴 인식을 못하게 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경우입니다. 이런 사례가 서구 사회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여 마스크 착용과 범죄와의 연관성이 각인되어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꼭 범죄 현장이 아니더라도 얼굴을 가림으로써 오는 익명효과(Anonymous)는 사실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봐왔습니다. 익명성은 폭로의 발화선이 될 수 도 있고 폭력의 잔인함에 기름을 붓는 역할도 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학폭과 미투와 같은 폭로도 익명성을 바탕으로 크게 번지고 있는 순기능도 하지만 우리는 5.18과 같은 폭력의 현장에 무장 군인들이 방독면을 착용한 익명성으로 인해 더 잔인해지는 현상을 목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범죄가 더 이상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음이 속속 증명되고 있습니다. 바로 CCTV의 역할이 익명의 폭력성을 무력화시킨 것입니다. 아무리 얼굴을 가렸다고는 해도 다른 옷차림과 신체 행동 자체까지는 숨길 수가 없습니다. 또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도시 전체를 감시하고 있는 CCTV의 화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범죄자들이 알고 있다는 겁니다. 얼굴 가림과 범죄의 대담성을 분리하는데 현대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마스크 착용은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재정의되어 자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패션의 일부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백신 공급으로 집단 면역이 되어 코로나가 종식되었다고 선언되어도 마스크 착용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아도 이젠 습관이 되어 버린 안전에 대한 의식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침에 셔츠를 입고 외투를 걸치고 출근하는 것처럼 지연스럽게 마스크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우리는 봄철에 등장하는 미세먼지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운명이기에 마스크는 주머니 속의 영원한 동반자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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