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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9. 2021

잠을 잘 자야 치매 확률을 줄인다

지난밤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말은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데 바로미터임은 자명합니다. 잠을 잘 잤느냐 못 잤느냐에 대한 일화는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이라 굳이 사례를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만큼 잠에 대한 중요성은 우리의 24시간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외로 잠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영화에 심취하여 밤 1~2시까지 불이 켜져 있는 아이들의 방을 가끔 볼 때가 있습니다. 사실 그 시간에 깨서 아이들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목도했다는 것 자체가 저의 잠도 순탄히 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렇게 자다가 밤늦게 일어나 화장실이라도 다녀온 날 컨디션은 의외로 좋지 않음도 눈치채게 됩니다. 맑아야 할 머리가 오전 내내 멍청한 듯 띵 한 것입니다. 


저는 이 나이 먹도록 밤을 새 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평생 밤을 새워봤다는 날들을 손꼽으라면 헤아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헤아려지는 날 중에 공부하느라 밤 새 본 날은 하루도 없습니다. 전부 다 노느라 밤을 새운 날들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교회 오빠 해보려고 크리스마스 때 새벽송 도느라 밤을 새웠던 날, 신혼시절 매주말 집으로 찾아와 포커판을 벌이는 친구 녀석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밤을 새웠던 날 정도입니다. 사실 저는 머리만 땅에 대면 자는 스타일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잠드는 게 힘들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가끔, 퇴근하여 7시 정도 저녁식사를 하고 거실에서 TV 뉴스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파에 누워 잠을 자다 "들어가 자라"는 꾸지람을 듣고 방으로 들어가서 다시 잠들기를 청해 보지만 눈이 말똥말똥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소파에서 잠을 잔 시간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합니다. 30분 이내로 잠깐 잠이 들었던 경우에는 잠에 취해서 밤으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잠이 듭니다만 2시간 정도 소파에서 잠을 잔 경우에는 방으로 들어가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이미 깊은 잠이 들었던 시간을 한번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정신이 똘똘하게 되살아나 다시 잠이 들기가 힘들어집니다. 잠자는 시간을 될 수 있으면 일정하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잠을 잘 자는 것이 나이 들어 치매에 걸릴 확률과 연결되어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수면과 알츠하이머의 연관성에 관한 논문들입니다. 치매 현상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는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해 인지 기능의 악화가 진행되는 질병입니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낮동안의 활동으로 인해 브레인에 쌓인 단백질 찌꺼기인 타우 단백질과 베타 아밀로이드가 있는데 이 찌꺼기들을 잠을 자는 동안 뇌척수액을 통해 깨끗이 씻어주게 됩니다. 그런데 수면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잠을 못 자게 되면 이 청소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제대로 씻어낼 수 없게 되어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자는 동안 기억을 위해 뇌세포는 활성화되어 낮동안의 경험에 대해 리허설을 합니다. 낮 동안 자극받은 스파인들을 자는 동안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비활성화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날 새로운 정보와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낮동안의 기억은 해마에 일시 저장되었다가 잠을 자서 깊은 잠에 드는 서파수면상태시 대뇌피질의 장기기억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잠을 잘 자야 하는 이유를 이젠 브레인 스파인을 들여다봄으로써 밝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깊은 잠을 잘 자는 것은 알츠하이머 예방과 직결됩니다. 잠은 하루 8시간 정도를 자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깊은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잠을 자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숙면을 위한 적정 실내 온도는 18도 정도랍니다. 다소 서늘할 정도의 온도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만 잠잘 땐 조금 낮은 온도가 수면에 좋답니다. 그리고 침실의 빛도 완벽할 정도로 차단해야 합니다. 보통 이불을 뒤집어쓰고 휴대폰을 통해 동영상을 많이 보기도 하는데 이는 숙면에 치명적인 방해가 됩니다. 창문에 이중으로 암막커튼도 쳐서 빛으로부터 차단되어야 브레인이 쉴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잠은 보약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건강의 비결입니다. 현대 과학이 다시 이 근본적 물음인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으로 회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인간도 그저 자연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을 들여다보는 시선으로 다시 인간을 들여다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잘 자면 됩니다. 잘 먹으면 됩니다. 잘 싸면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고 너무 먹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기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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