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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24. 2021

빌린 돈, 나에게 갚지 마라

친구사이에 돌고 있는 돈

세상 살면서 가까이해야 할 인연의 관계들이 있습니다. 가족이야 당연한 것이고 혈연의 친척에서부터 사회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는 많은 지인들이 포함됩니다. 사회적 지인을 조금 더 세분화한다면 학연으로 얽힌 인연이나 고향이 같다는 지연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로 만나는 숙명과 같은 인연, 또한 그렇게 사회에서 알게 되는 또 다른 엮임 같은 관계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많은 인연 중에서 어느 인연에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고 있을까요? 


그 넓은 인연의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인연들은 또 얼마나 될까요?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연들에는 그저 겉치레의 웃음으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그저 등지지 않고 서로 비난하는 관계로 남지 않기 위해 아니, 나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관계 유지를 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그저 공허한 인사를 전하고 "언제 한번 밥 먹자"를 반복해 놓고 결코 같이 식사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말입니다.


사회적 삶을 살면서 관계 유지는 그만큼 어렵고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던바의 수'만큼이나 되는 주변인들이 있으면 사회생활을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일일이 내가 아는 사람을 줄 세워보면 이 던바의 수만큼 되는 인연을 만들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금방 눈치챕니다. 내가 힘들고 즐거울 때 두 손 잡아주고 어깨를 안아줄 인연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깊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관계 유지에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주변인들과 인연이 깊지 못한 것에는 내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는데 원인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돈만 보고 다가서는 파렴치들도 있을 테니 그 정도를 파악하는 '보는 눈'도 필요합니다. 정말 힘든 일이 바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입니다. '거리두기'가 코로나 19로 인하여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고 사람 관계의 거리두기는 이미 인류의 사회화와 함께 진화한 사회적 항상성을 갖는 용어였나 봅니다. 그래서 법정 스님께서는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라고 일침을 주셨습니다.

이 인연의 고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있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동창생들한테는 그 녀석 때문에 돌고 있는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거의 25년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돈이 돌기 시작한 지 말입니다. 처음 시작되었던 돈이 100만 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IMF도 훨씬 전, 젊은 청춘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대기업을 박차고 나가 자기 사업들을 막 시작할 시기였을 겁니다. 대부분 작게 시작하는 자영업들이 그렇습니다만 월말만 되면 막아야 하는 잔금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합니다. 당장 급전이라도 융통하여 메꾸어야 또 한 달을 버틸 수 있기에 급한 데로 인연이 닿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 사업의 분주함에 있던 또 다른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친구 놈에게 100만 원을 빌려 한 달을 메꾸고 다음 달에 빌린 돈을 갚으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녀석이 그 돈을 자기에게 갚지 말고 "혹시 너처럼 급하게 돈이 필요한 동창들이 있으면 그 녀석에게 주라"라고 했답니다.


그 돈이 고등학교 친구 녀석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아는 돈의 순환은 그 처음 녀석을 넘어 다른 친구에게 150만 원을 불려서 전해졌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다음 전달에 대해서는 서로 함구하는 비밀로 하고 있는터라 전해준 친구 녀석만 알고 있습니다. 저는 두 단계를 넘어간 수준까지만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대단한 고등학교 친구들을 두고 있지 않나요? 설사 그 돈이 어떤 녀석에게 물려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화가 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또 돌 것이 틀림없을 테니까요. 그 돈이 돌고 있지 않다면 그 친구가 정말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일 테니까요.  


저는 그 돈을 돌게 만든 첫 친구를 잘 압니다. 그 당시 뭐 그렇게 잘 나가는 사업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대기업 월급쟁이였습니다. 평범하지만 마음만큼은 하늘같이 높고 바다같이 넓은 녀석입니다. 얼굴은 산적같이 생겼는데 마음은 호수 같습니다. 겉으로 보면 사람 마음 모르는 일입니다. 인연의 깊이는 그렇게 스스로 내놓고 희생을 하는 가운데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25년도 더 됐으니 지금은 그 종잣돈이 얼마나 불어서 돌고 있을까요? 불지 않았어도 생각만 해도 흐뭇해집니다. 정말 제 주변에 친구들은 잘 두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원주에 있는 진광고등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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