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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3. 2021

그렇게 하면 그렇게 됩니다.

비를 잔뜩 머금은 먹장구름의 발걸음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빨라 출근길을 재촉하더니 사무실 근처에 도착하니 햇살이 구름 사이로 화사하게 내리비치고 있습니다. "휴! 서울이 넓은 건가요? 아니면 비구름과 햇살 사이의 경계선을 방금 지나와서 그런 걸 가요?" 카톡방에 출근인사를 하는 지인들의 문자 속에는 비가 내리는 풍경도 섞여있는데, 백팩 속에 든 우산을 펼쳐들지 않고 사무실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금 제 머리 위 하늘은 먹장구름 대신 푸른 하늘에 흰색 구름이 뭉게뭉게 산재해 있습니다.


사실 자연현상에 좋고 나쁨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현상 자체는 현상 자체일 뿐입니다. 이  현상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간사함이 해석을 달리할 뿐입니다. 그 해석에 따라 기분조차 좌우됩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기도 합니다. "이게 뭐야? 날씨에 따라 기분조차 좌지우지되고 있는 거야?" "날씨의 맑고 궂음에 따라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또 그 안에서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나쁜 날씨 속에서도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거야?" "도대체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기준점이 있는 거야?"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기분이 동화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침 마음 상태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니 끝없이 이어집니다. 질문만 늘어놓았지 사실 해답은 없습니다. 해답은 있을 수 없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 모든 것이 해답일 수 있습니다. 어떤 상태가 되었던 그것은 현상을 받아들이고 해석한 것 중의 하나이기에 그것 자체가 정답이 되는 겁니다. 바로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데에는 무한대의 가정과 무한대의 결과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에서 이야기하는 확률적 결정론으로 자연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정답임을 그대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인지하는 순간, 측정하는 순간 바로 존재로 등장을 합니다. 정답으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의미부여가 없으면 자연조차도 존재 의미가 없어집니다. 자연 자체도 인간의 브레인이 만들어낸 관계 속에서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브레인은 자연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동시적 관계의 차이를 비교하고 그 차이를 형상이라고 인지하고 만들어내는 착각만이 있을 뿐입니다. 비교에는 정확성이 없습니다. 차이만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연의 실재를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창의적이 되었습니다. 가정을 하고 가정에 따른 확률적 행동을 하는 주체자가 되었습니다. 바로 SELF의 출현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 지각과 의식이 생겨났습니다.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내 안의 해석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가상세계로의 급격한 변화는 새로운 혁명이 아니라 바로 인간 진화 과정을 들여다보고 그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하는 답습일 뿐입니다. 모방은 창조를 낳는다는 진리를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먹장구름 걷히고 그 사이로 비친 햇살 한 줌 받으며 기분이 좋아졌던 순간의 해석이 참 멀리 왔습니다. 지각과 의식을 거쳐 창의성을 지나 인공지능에 까지 왔으니 말입니다. "기분 좋다"는 의식은 그렇게 현재 이 시간을 지배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들이 모여 오늘 하루의 순간들에 활력을 부여하고 그 활력을 바탕으로 의미가 부여되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표현할 겁니다. 그렇게 잘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한 사람의 일생으로 나아갑니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그러한 겁니다. 그렇게 착각을 현실로 오해하고 좋은 것인 양 도배를 하고 살면 살아지는 것입니다. 어차피 살아야 된다면 침울해하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즐거운 일만 해도 다 못할 인생이라고 합니다. 재미있고 즐겁게 받아들이면 그 또한 그렇게 되는 게 삶입니다. 어떻습니까? 오늘 아침은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하루를 맞이하시겠습니까? 즐겁고 행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면을 거시죠. 큰 소리로 웃어보시죠. 그렇게 하면 그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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